경기 후반 박빙 승부에서 발 빠른 주자가 진루하면 투수는 괴롭다. 도루를 막으려 견제구를 던져야 하고, 폭투가 나오지 않도록 컨트롤에도 신경을 더 써야 한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 고맙기 그지없는 이들도 있다. 바로 야구장 광고주들이다. 이들에게 견제구와 폭투, 연장전은 '횡재'다.
야구장 곳곳에 노출한 광고는 위치, 형태에 따라 비용이 제각각이다. 구장별로도 다르다. 이 모든 차이를 결정하는 키워드는 노출 빈도다. 얼마나 관중에게, TV 중계에 자주 보이는 '명당'이냐에 따라 값이 매겨진다.
어느 구장에서나 가장 비싼 야구장 광고판은 포수 뒤편이다. TV 중계 화면의 60% 이상이 이 자리를 비추기 때문이다. 대구시민야구장에는 고정형과 회전형(롤링보드)이 설치돼 있는데 세로 고정형이 2억5천만원(이하 대구구장 연간 기준)으로 최고가다. 가로 고정형은 마운드에서 봤을 때 오른쪽이 1억6천만원 선으로 왼쪽보다 1천만원가량 높다. 실제 크기도 오른쪽이 조금 더 크다.
회전형은 다시 상단과 하단으로 나뉜다. 가로 4m짜리 하단이 1억3천만원, 가로 1.8m짜리 상단이 1억원 정도다. 투수 투구 2회마다 다음 광고로 넘어간다. 견제구는 포함되지 않는다. 투수가 타자를 오래 상대할수록 광고주는 기쁘기 마련이다.
대구구장에서는 '수동'으로 광고판이 바뀌어 가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진다. 리모컨으로 조작하는 광고사 직원이 자칫 투구 카운트를 잘못하거나 롤링보드가 고장으로 제때 다음 광고로 넘어가지 않는 일이 종종 있다. 지난달 30일 기아전에서도 롤링보드가 고장 나는 바람에 성난 광고주의 항의전화가 빗발쳤다는 후문이다.
랭킹 2위는 더그아웃(2억원)과 감독석(1억6천만원) 광고다. 역시 카메라에 자주 노출되는 자리로, 특히 보안업체들이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방'을 든든히 지켜준다는 이미지를 전달하려는 마케팅 덕분이다.
또 관람석 입장권은 내야가 외야보다 비싸지만, 광고비는 반대다. 외야 하단 펜스가 3천500만원으로 내야 펜스(2천만~2천500만원)를 웃돈다. 파울볼보다는 그라운드 안에서 공격과 수비가 이뤄지는 시간이 더 길기 때문이다. 외야석과 내야석의 경계에 있는 파울라인(3천만원)과 출입문(2천500만원)은 그 중간쯤이다. 홈런이 나와야 제대로 조명받는 외야 상단 펜스(1천200만원)는 그래서 가장 저렴하다. 대구에는 없지만, 일부 구장의 좌우 측 폴대 광고판은 외야 펜스보다 더 비싸기도 하다. 폴대에 맞은 홈런은 각종 매체에서 자주 다뤄지는 덕분이다.
대구구장만의 특징도 광고 단가에 반영된다. 1루수 뒤편 광고판이 3루수 뒤편보다 인기인 게 대표적이다. 3루보다는 1루에 주자가 있을 가능성이 훨씬 커 노출이 잦기도 하지만 3루 쪽에 앉는 홈팬들의 시선을 고정해둘 수 있다. 좌타자가 즐비한 삼성의 라인업을 고려, 광고주들은 외야 광고판도 우익수 뒤편을 좌익수 뒤편보다 선호한다.
통상적으로 연간 계약을 맺는 야구장 광고는 팀의 성적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가을 야구'를 한다면 광고주로서는 덤을 얻는 셈이 된다. 게다가 포스트 시즌 시청률은 정규시즌보다 월등히 높다. 올해 대구구장 광고판매율은 99%다. 월드컵, 아시안게임 등 굵직한 국제스포츠대회가 많아 프로야구 관중이 줄어들 것이란 우려가 적지 않지만, 삼성의 우승 가능성에 광고주들이 베팅한 것이다.
대구구장 광고판매사인 '에스피 코리아'의 한영필 대표는 "직접 TV 광고를 제작할 때보다 훨씬 저렴한 비용으로 홍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알려지면서 야구장 광고의 인기가 야구 붐과 함께 크게 높아지는 추세"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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