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자식 폭행도 범죄라고 인식해야 아동학대 막는다

대구 동부경찰서는 28개월 된 아이를 혼자 둬 굶어 죽게 한 20대 아버지 정 모 씨를 붙잡아 살인혐의로 조사 중이다. 경찰에 따르면 정 씨는 생활고로 부부가 별거하면서도 게임에 빠져 며칠씩 집을 비우는 등 아이를 돌보지 않아 죽게 한 혐의다. 특히 정 씨는 아이가 죽자 집 베란다에 버려두었다가 다시 쓰레기봉투에 담아 쓰레기장에 버린 것으로 드러났다. 충남 천안 동남경찰서는 딸을 목검과 주먹으로 때려 숨지게 한 강 모 씨를 폭행치사 혐의로 구속했다. 강 씨는 가정불화로 가출한 중학생 딸을 훈계하다 폭력을 휘둘러 숨지게 한 혐의다.

아동학대의 심각함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통계적으로도 아동학대는 무방비 상태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신고된 아동학대 건수만 6천796건이었다. '신고를 할 정도로 심각한' 아동학대가 매일 18.6건씩 일어난 셈이다. 이 가운데 가해자가 친부모인 사례가 80.3%였고, 학대 장소는 79.6%가 집이었다. 또, 62.2%는 최소한 2, 3일에 한 번씩 학대받는 것으로 드러났다.

우리 사회는 자식에 대한 부모의 학대에 관대하다. 양육 과정의 일부로 보는 경향이 강해서다. 집안일로 치부하면 신고나 고발이 있기 전까지는 경찰 등 공권력도 관여할 수 없다. 실제로 경북 칠곡에서 숨진 어린이만 하더라도 담임이 관찰해 아동보호센터에 신고까지 했으나 부모의 항의로 별다른 조치를 하지 못했다.

아이는 국가와 사회가 최우선 보호해야 할 대상이다. 그럼에도 가장 안전해야 할 가정에서조차 부모의 학대로 목숨을 잃는 사건이 잇따르는 것은 우리 사회가 심각하게 병들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실제로 가정에서 은밀하게 벌어지는 아동학대는 막을 수가 없고, 바깥으로 알려졌을 때는 이미 심각하게 진행된 상태다.

이를 막으려면 어떤 이유에서든 아이에 대한 폭력은 범죄라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사회 안전망도 좀 더 촘촘히 짜야 한다. 아동학대 범죄에 대한 법정 형량을 더 높이고, 감시체제도 강화해야 한다. 특히 지속적인 폭행 징후는 유아원과 유치원, 학교 등의 관찰만으로도 충분히 알 수 있다, 이때 부모 의사와 관계없이 신고만으로도 세밀하게 조사할 수 있는 방안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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