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외상후스트레스장애와 인지행동치료

세월호 사고로 가족과 친구를 잃은 사람들의 심정을 어떻게 위로해야 할지 모르겠다. 살아남은 사람들 또한 죄책감과 사고 당시의 기억으로 심한 스트레스와 고통을 호소한다. 4월 17일 자 영국 가디언지는 '외상후스트레스장애의 악몽 떨쳐버리기'라는 기사를 통해 세월호에서 살아남았거나 가족을 잃은 사람들이 겪을지도 모르는 이 장애를 언급하면서 가능한 치료 방법을 기사화하였다. 현재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분들께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까 하여 그 내용을 간략하게 소개하고자 한다.

'외상후스트레스장애'를 겪게 되면, 악몽을 꾸기도 하고 자꾸 당시를 회상하는 등 경험한 사건을 반복해서 상기하게 된다. 반면 아예 끔찍한 기억을 떠올리는 것조차 피해 버리기도 한다. 그래서 사건을 생각나게 하는 사람, 장소, 느낌 등을 계속 피하게 된다. 또한 초조하고 불안하여 신경이 매우 날카로워지고 부정적인 생각과 저조한 기분에 계속 시달리게 된다. 적절히 치료받지 못하면 사건이 일어나고 몇 달, 몇 년이 지나도 여전히 불안한 마음을 떨쳐버리지 못한다.

옥스퍼드대학교의 엘러즈와 클라크 교수에 의하면 이러한 장애를 겪는 사람들은 외상에 대해 과도하게 부정적으로 반응하게 되어 '안전한 곳은 어디에도 없다' '내가 나쁜 일을 몰고 다니는 것 같다' '난 극복할 수 없다'라고 생각하기도 하고 자신이 경험한 끔찍한 사건의 시간, 장소와 내용이 평상시처럼 정교하게 기억에 잘 통합되지 않는다고 한다.

인지행동치료는 이런 경우 가장 성공적인 치료법에 속한다. 이 치료는 사건에 대한 지나치게 부정적인 생각을 평가하고 무섭고 두려운 감정이 지극히 자연스러운 것임을 이해하도록 돕는다. 또 끔찍한 사건을 다시 기억한다는 것은 처참할 정도로 괴로운 일이지만 머릿속에 다시 상상하거나 상기하여 이 상황을 극복할 수 있도록 생각을 재구성하도록 한다. 그리고 기억을 억누르려고 애쓰면 공포가 오히려 더 꼬리를 물고 늘어지므로 이러한 장애를 더욱 심화시키는 행동들과 맞서게 한다.

엘러즈 교수와 동료들이 올해 미국 정신의학회지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외상후스트레스장애'를 겪는 환자에게 7일 동안 인지행동치료를 집중적으로 받게 했더니 회복률이 73%로, 3개월 동안 매주 꾸준하게 받은 그룹의 회복률(77%)에 필적할 만한 결과를 가져왔다. 또한 40주가 지난 후에도 인지행동치료를 받은 환자의 3분의 2가 '외상후스트레스장애' 증상에서 벗어나 있었다. 이제 세월호에서 구조된 사람들, 가족, 친구들이 제대로 된 치료를 받아 하루속히 공포와 두려움과 절망과 막막함에서 벗어나길 간절히 기원한다.

윤은영 한국뇌기능개발센터(구 한국뇌신경훈련센터)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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