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진도아리랑

'가시리 가시리잇고 버리고 가시리잇고 날러는 어찌 살라하고 버리고 가시리잇고~' 유난히도 내우외환이 많았던 우리 민족의 보편적 정서인 이별의 정한(情恨)을 담은 고려가요 '가시리'는 근대시 '진달래꽃'으로 계승된다. 그것은 겨레의 역사적 원상의식(原傷意識)을 지닌 아리랑의 다양한 변주이기도 하다.

소중한 사람을 떠나보내는 애절한 심정을 곡진하게 표현한 이 비극적 정조(情調)는 김소월의 섬세한 가사와 운율로 승화되면서 한국적 미의식의 맥락을 이어가고 있다. 그것은 사랑하는 사람들과 이별 없이 살기를 소망했던 애틋한 정한이기도 하다.

하물며 자식을 앞세운 부모의 비통한 심정이야 어찌 필설로 다할 수 있을까. 조선 중기 여류시인 허난설헌은 두 남매를 잃은 어미의 참담함을 '곡자'(哭子)라는 시에 담았다. '아이들의 무덤 앞에 술잔을 따르며, 피눈물로 울다가 목이 멘다'는 내용이다. 아들딸을 잃은 슬픔을 삭이는 현대시도 있다. 정지용은 그 상실감과 간절한 그리움을 '유리창'이란 감각적인 시로 표현했다. 김현승은 어린 아들을 보낸 통점을 '눈물'이란 시를 통해 신앙적으로 승화시키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진행형인 저 애끊는 눈물과 복받치는 설움을 어이하랴.

세월호 침몰로 자식을 가슴에 묻은 숱한 어버이의 눈물과 통곡이 온 국민의 상처와 슬픔으로 각인되고 있다. 팽목항의 가이없는 호곡성이 또 하나의 진도 아리랑을 잉태하고 있다. 그것은 또 다른 '가시리'이자 '진달래꽃'이다.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나드는 '곡자시'(哭子詩)요 '유리창'이요 '눈물'의 현장이다.

영화 서편제로 더 친숙해진 진도아리랑은 육자배기 가락에 판소리의 구성진 목청이 어우러진 진도지방 특유의 정조(情調)를 지니고 있다. 해난(海難)사고라는 집단 비극을 극복하며 살아온 섬마을 사람들의 애절한 정한과 독특한 흥취가 고스란히 녹아있다. 이제 진도아리랑은 다시금 해원(解寃)의 민요이자 상생(相生)의 노래로 거듭나야 한다.

'사람이 살면은 몇백 년 사나 개똥 같은 세상이나마 둥글둥글 사세/ 청천 하늘엔 잔별도 많고 이 내 가슴 속엔 근심도 많다/ 서산에 지는 해는 지고 싶어서 지느냐 날 두고 가는 님은 가고 싶어서 가느냐/ 아리아리랑 쓰리쓰리랑~'아! 진달래꽃 피고 지는 잔인한 사월이여! 눈물의 팽목항이여! 진도의 아리랑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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