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몇 년 전, 아내는 저와 아이들만 남겨두고 저세상 사람이 되었습니다. 집안 곳곳 아내 손길이 머물다 간 흔적은 죽음만큼 큰 고통을 주었습니다. 집사람 대신 아이들을 먹이고 입혀 키우자니 서럽고 기막혀 운 적도 많았지요. 그런데 설상가상으로 착하기만 하던 중학생 아이가 툭하면 가출하는 등 문제를 일으켜 속을 끓이고 있습니다. 매를 들기도 하고 달래도 봤지만 반항만 더했습니다. 작은아이도 학교에서 기가 죽어 지낸다 하니 제 인생은 모두가 실패한 것 같아 슬프고 한탄스러워 술만 찾게 되었습니다. 친지들은 저를 보고 재혼도 권하지만 저는 죽은 아내가 불쌍해 거절하고 있는데 아이들마저 뜻대로 되지 않으니 너무나 무력해지고 외롭고 힘들어 삶이 두렵기까지 합니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솔루션=아내가 세상을 떠난 후 가정을 지켜 오느라 얼마나 심적 고생이 크셨을까요. 또한 아내와의 애틋한 사랑으로 재혼마저 거절하며 오직 아이들을 위해 헌신해 온 귀하의 모습은 존경받을 아버지라 여겨집니다. 그러나 지금 귀하는 아이들의 일탈과 아버지 역할에 대한 한계로 좌절하시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제가 볼 때 귀하는 이미 부모 역할을 하고 계신다고 여겨집니다.
부모로서의 가장 큰 역할은 어떤 것일까요. 아이들을 안전한 공간에서 먹이고 입혀 항상 든든한 소속의 울타리를 제공하는 것이지요. 다행히 귀하께서는 이 역할을 다하고 계십니다. 다만, 이제부터는 아이들이 예전 모습으로 돌아오게 하려고 그들을 변화시키려 하기보다는 그들을 변화시킬 수 있는 귀하의 능력을 변화시키는 지혜가 필요하다 봅니다.
자녀들의 우울한 모습과 실망스럽기 그지없는 일탈행동은 정말 야단맞고 비난받을 일이기만 할까요. 그들은 그 실망스러운 행동을 통해 아버지에게 무엇을 말하고 호소하려는 것일까요.
엄마의 젖이 부족한 아이들은 세상에서 모든 것을 빼앗겨 억울한 듯 사력을 다해 젖 달라고 큰 소리로 웁니다. 또 기저귀가 축축하여 몸이 불편한 아기들은 끊임없이 찡찡대는 소리로 기어코 엄마의 손길을 오게 하고야 말지요. 그들은 부모를 불행하게 하려고 우는 것이 아니라 부모의 도움을 청하느라 우는 것이랍니다. 지금 귀하 자녀들도 이와 같습니다. 아버지를 고통스럽게 하려고 일탈행동을 하는 게 아니랍니다. 습관처럼 받아먹던 어머니의 젖줄이 끊겨 마음의 배가 고팠을 것이고, 어머니의 따뜻했던 돌봄이 그리워 그 아픈 마음에 대한 고통을 일탈행동으로 표현했으리라 짐작됩니다. 아픈 이에게는 약을 주고 상처가 잘 나을 수 있도록 따뜻한 치료의 공간을 제공해야 합니다. 귀하의 자녀에게도 그렇게 대해 주시기를 권유합니다. 지금 자녀에게 필요한 것은 야단과 비난이 아니라 아이들의 상처와 불신을 치유하기 위한 아버지의 사랑과 따뜻한 돌봄이랍니다. 지금 아버지의 역할은 토닥토닥 아이의 등을 두드려주며 이렇게 말하는 것입니다.
"많이 외롭고 슬펐구나. 괜찮아, 아가야. 아빠가 너희 곁에 항상 있어. 아빠 손을 꼭 잡으렴."
슬픔에 겨워 방황하는 어린 영혼에게 지금 아버지의 건강한 믿음의 눈빛을 아이들 눈에 비춰 줘야 할 때입니다. 그리하면 아이들 마음에 새로운 것을 선택할 수 있는 능력이 싹틀 것입니다.
대구과학대 교수 대구복지상담교육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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