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거짓말

거짓말을 못하는 사람이 있을까? 4세 이상의 인간은 반드시 거짓말을 한다고 한다. 나아가 인간은 알게 모르게 하루에 약 100여 차례나 거짓말을 한다는 심리학자도 있다. 인간과 거짓말은 공생관계인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인간은 어떤 상황에서 거짓말을 할까?

일반적인 이론에서는 자신의 잘못을 숨길 때, 허세와 허풍을 위해, 그리고 남을 속여서 이득을 취하고자 할 때 등으로 분류를 한다. 그렇지만 또 다른 이론을 바탕으로 필자의 경험에 의하면 이들의 이유보다 더한 것이 '무의식'적으로 할 때가 아닌가 한다. 노인요양시설에 입소해서 보호를 받고 있는 어르신들 가운데 정신이 온전치 못한 어르신들은 거짓말만큼은 아주 논리적으로 잘한다.

이를테면 어느 할머니의 경우 자신이 이렇게 불행해진 것은 며느리 때문이라고 이야기한다. 이야기를 들어보면 영악한 며느리가 자신을 아들과 이간질해서 불행은 시작됐고, 영감님이 남겨준 재산도 며느리의 농간에 의해 죄다 빼앗기게 됐다고 눈물까지 글썽인다. 이야기를 들었을 때 우리는 아하! 할머니가 정말 억울한 사연이 있었구나 하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그런데 사정은 그렇지 않다.

할머니 주변을 살펴보면 할머니는 먼저 슬하에 아들이 없고, 재산도 평생 변변하게 가져본 적이 없다. 그런데 왜 이런 이야기를 너무도 진지하게 할 수 있을까? 그것도 정신이 온전치 않은 분이 그렇게 표현하는 것은 인간은 거짓말을 무의식 속에서 하기 때문이라고밖에 설명할 수 없다. 자신의 결핍된 환경을 메우려는 심리로 볼 수밖에 없다.

단정적으로 이야기를 해보면 '치매'를 앓는 어른들이 다른 사람에 비해 가장 거짓말을 많이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치매를 앓는 노인들은 감정의 기복이 아주 심하다. 그래서 잘 울기도 하고, 잘 웃기도 하고 자신의 감정 관리를 잘 못한다. 자신의 방어 본능도 무의식 속에서 철저히 무장되어 있다. 그래서 이런 어른들은 거짓말도 '습관화'(?) 되어 있다. 그런데 정작 우리들은 몸져누워 있는 어른이 오죽했으면 저렇게 말할까 하는 태도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다.

시설에 근무하는 종사자들도 이런 경우를 가장 경계한다. 최선을 다해서 보살핀 어른이 정작 자식이 왔을 때, 눈물로 호소하며 '시설 내에서 학대를 받고 있다'고 말할 경우 열이면 아홉의 자식들은 서운한 내색을 숨기지 않는다. 이럴 경우는 어떤 대책이 없다는 표현이 정확하다. 그저 난감할 뿐이다. 변명을 하면 할수록 이상해지는 상황이 오니까 말이다.

사회생활 속에서도 그렇다. 거짓말을 한 사람보다 안 한 사람이 억울한 일을 겪는 경우를 자주 목격한다. 동화 속에서처럼 거짓말을 하는 것을 확실하게 밝혀내는 어떤 장치나 기계는 없을까?

김제완 사회복지법인 연광시니어타운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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