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돈 주면 표 주겠다" 농협선거 검은 양심 처벌 못해

제지할 마땅한 규정 없어

농협 임원 선거에서 돈 선거로 잡음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허술한 법 규정 때문인 것으로 드러났다.

농협 조합장과 임원 선거 과정에서 금품수수 사례가 만연하고 있지만 농업협동조합법상 선거에 출마한 후보자에게 돈을 요구하거나 받아도 처벌할 규정이 없다는 것이다. 검은돈을 챙겨도 벌을 받지 않으니 농협 선거에서 돈을 요구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돈을 주면 표를 주겠다'고 유혹하는 사람들이 많다 보니 금품을 제공하는 후보자들이 늘 수밖에 없는 악순환이 거듭되고 있다.

구미경찰서는 29일 구미 한 농협 임원선거에서 대의원 2명에게 금품을 제공한 혐의로 이사 당선자 A(52) 씨와 선거 운동원 B(52) 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A씨는 지난 1월 23일 실시한 농협 임원선거(이사 12명, 감사 2명 선출)에 출마해 고교 동창생인 B씨를 통해 유권자인 대의원 C(62)'D(58) 씨에게 지지를 부탁하며 현금 20만원씩을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이사로 당선됐지만 선거 직후 금품수수 문제로 파장이 일자 건강상 이유를 내세워 곧바로 사퇴했다. 그러나 경찰은 돈을 받은 C'D씨는 처벌 규정이 없어 조사 후 귀가 조치했다.

현행 농업협동조합법에는 '후보자 등이 임원의 임기만료일 전 180일부터 선거일까지 조합원 등에게 금전'물품이나 그 밖의 재산상 이익의 제공이나 의사 표시, 약속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기부행위의 제한' 규정을 두고 있으며, 이를 위반할 경우 제공자와 이익을 제공받은 자에게 10~50배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농협 선거 과정에서 주고받는 돈, 즉 후보자가 유권자에게 돈을 준 것은 '매수'이지 '기부행위'로 볼 수 없다. 이 때문에 '금전'물품'향응이나 그 밖의 재산상의 이익을 제공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선거운동의 제한' 규정을 위반한 것에 해당된다.

문제는 '선거운동의 제한' 규정을 위반한 경우, 금품 제공자에 대해서만 2년 이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을 뿐 금품을 요구하거나 수수한 사람에 대해서는 별도의 처벌 규정이 전혀 없다.

구미경찰서 장찬익 수사과장은 "공직선거법에는 금품을 제공한 사람이나 받은 사람 모두에게 과태료를 부과하는 규정이 있지만 농업협동조합법에는 선거와 관련해 금품을 요구하거나 받은 사람을 처벌할 수 있는 별도 규정이 없다. 관련법 보완이 절실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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