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 정치권 충격 빠뜨린 '굴러 온 돌'의 저력

권영진 이재만 선전, 정치권 "민란급 충격" 선거 텃밭 안심 금물

29일 대구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새누리당 대구시장 후보자 선출대회에서 당선된 권영진 후보가 후보자 수락연설을 하고 있다. 성일권 기자 sungig@msnet.co.kr
29일 대구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새누리당 대구시장 후보자 선출대회에서 당선된 권영진 후보가 후보자 수락연설을 하고 있다. 성일권 기자 sungig@msnet.co.kr

권영진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의 새누리당 대구시장 후보 확정과 이재만 전 대구 동구청장의 2위 부상은 대구 국회의원들을 중심으로 한 기존 정치권을 큰 충격 속으로 빠뜨렸다. '국회의원 오더'와 이로 인한 '현직의 우세' 등을 점쳤던 지역 정치권은 기득권 유지를 위한 꼼수, 국회의원직 나눠 먹기 움직임 등에 대한 시민들과 새누리 당원들의 강한 반발과 선거 결과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권 후보는 혈혈단신으로 출발해 출마 선언 100여 일 만에 새누리당 대구 권력의 정점에 오르는 저력을 보여줬다. 일부 국회의원들이 권 후보를 두고 '굴러온 돌'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주류 정치권의 외면을 받았지만, 정작 당심과 민심은 변화와 혁신을 외친 권 후보의 손을 들어줬다. 이 전 구청장은 1차 컷오프조차 통과하지 못할 것이란 기성 정치권의 분석을 비웃듯 당당히 2위에 올랐다. 이들의 등장이 대구 정치권의 빅뱅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성급한 전망까지 나오는 이유다.

이번 경선 결과는 당심과 민심이 새누리당 기존 정치권을 얼마나 불신하는지 단적으로 보여줬다. 막대기만 꽂아도 당선되는 지역 정치 성향으로 인해 국회의원들은 민심보다는 중앙당만 쳐다보며 공천만 받으면 끝이라는 생각이 강했다. 선거 때만 되면 지역 민심에 부응하기보다는 중앙당 낙점을 받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였다.

지역의 기초단체장과 지방의원들은 이런 국회의원들을 쳐다보며 줄 서기에 바빴다. 주민들의 이해관계는 뒷전이고 국회의원들의 입맛에 맞는 행보가 최선의 선택으로 여겨졌다. 이 과정에서 민심은 철저하게 뒷전으로 밀려났다.

오히려 민심 위에 군림하는 모습도 적지 않았다. 국회의원들이 경선에서 특정 후보 지지 의사를 우회적으로 밝히는 이른바 '오더'는 군림의 대표적인 행태였다. 특히 '누가 대구시장 후보가 되면, 그 국회의원 자리를 물려줄 것'이라는 식의 기득권 나눠갖기 움직임에 대해서는 민심과 당심이 비판을 넘어 분노를 표출하기도 했다. 반면 지역 국회의원을 중심으로 한 정치권은 공중전을 펼치는 동료 국회의원들에 대해 어느 정도의 지원사격만 한다면 무명 또는 비현역을 가뿐하게 넘어설 수 있을 것이라는 안일한 판단을 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그럼에도 시민들은 지금까지 기존 정치권에 대한 짝사랑을 버리지 못했다. 비판을 하면서도 '우리가 남이가'라는 온정주의에 밀려 또다시 힘을 실어주는 행태를 반복했다.

하지만 권 후보의 등장과 이 전 구청장의 약진은 기존 정치권의 이 같은 행태에 강한 경종을 울리고 있다. 당원들은 국회의원들의 오더를 거부했고, 민심은 자발적 투표 참여를 통해 자신들의 권리를 행사하면서 기존 정치권을 외면했다. 국회의원들의 오더가 전혀 작동하지 않은 이번 경선 결과를 두고 일부에서는 '혁명'이라는 표현까지 사용했다. 한 정치권 인사는 새누리당 기존 정치권 입장에서 보면 '민란 이상의 충격'이라며 "기존 정치권을 모두 거부하겠다는 당심과 민심의 표현으로 보인다. 등골이 오싹할 지경"이라고 했다.

이 때문에 권 후보와 이 전 구청장의 등장을 계기로 기존 정치권의 재편이 시작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차기 총선에서 민심에 부응하지 못하는 국회의원들은 살아남기 쉽지 않을 것이란 얘기다.

또 다른 정치권 인사는 "대구 정치권이 긴장하지 않으면 다음 선거에서 민심이 어떤 판단을 할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게 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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