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권영진 후보 승리에서 새누리당이 깨달아야 할 것

6'4 지방선거 대구시장 새누리당 후보 경선에서 권영진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이 승리했다. 그의 승리를 두고 '4'29 혁명' '4'29 반란'이란 말까지 나오는 것을 보면 그 충격파의 에너지가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다. 대구에서 청구고를 마친 것 말고는 특별한 인연이 없는 빈약한 '지역 연고성'에다 서울에서 정치활동을 해온 탓에 전무하다시피한 '조직' 등 모든 여건에서 권 후보는 열세였다. 권 후보가 이런 불리함을 딛고 승리할 것으로 예상한 사람은 별로 없었다. 그의 당선이 충격으로 받아들여지는 이유다.

권 후보는 이런 예상을 보기 좋게 엎어버렸다. 그 동력은 혁신과 변화를 갈구하는 대구 민심이었다. 대부분 대의원과 당원이 참여한 가운데 치러진 경선에서 지역 조직 기반이 전혀 없는 권 후보가 당선됐다는 것은 이를 잘 보여준다.

이는 혁신과 변화의 필요성에서 대한 인식에서 당심(黨心)과 민심(民心)이 다르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결국 그의 승리를 예상하지 못했다는 것은 이러한 대구 민심의 변화를 깨닫지 못했다는 것일 뿐이다. 이런 점에서 "목숨 걸고 대구 혁신, 대구 변화를 이끌겠다"고 한 권 후보의 승리는 예정됐던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측면에서 권 후보의 승리는 대구시민의 승리이다. 이번 경선을 통해 대구가 결코 '꼴통 보수'의 본산이 아님을, 변화와 혁신이란 시대정신을 시민의 힘으로 실천하고 착근시킬 수 있음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이는 국회의원들이 특정 후보 지지를 우회적으로 밝히는 이른바 '오더'가 작동하지 않았다는 사실에서 잘 드러난다. 경선을 앞두고 중진을 비롯한 상당수 국회의원이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오더를 내렸다. 하지만, 먹혀들지 않았다. 한 국회의원의 경우 오더를 내렸지만 대의원들이 반발해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고 한다. 이는 대구의 당심이 더 이상 국회의원의 복심(腹心)을 단순 반복하는 앵무새가 아니라는 것을 말해준다.

이런 사실을 새누리당과 대구 정치권은 겸허히 그리고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새누리당은 대구시민의 전폭적 지지를 받으며 오랜 세월동안 '일당 지배' 체제를 유지해왔지만 대구를 침체와 후퇴에서 건져내지 못했다. 그 원인은 대구시민이 아니라 당 지도부의 마음에 드는 정치꾼들을 내려 보내는 '반(反) 시민적' 공천에 있었다는 것이 지배적인 견해다. 그러다 보니 대구의 진정한 발전에는 관심이 없는 정치인이 대구를 대표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여기에는 '공천=당선'이란 공식을 확립해준 대구시민의 잘못 또한 없지 않다. 이제 이런 적폐는 청산되어야 한다. 권 후보의 당선이 그 도화선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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