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29일 국무회의 석상에서 세월호 참사에 대한 초동 대응과 수습이 미흡한 것에 대해 공식사과했다. 세월호 침몰 14일 만에, 여론에 떠밀려 사과하는 모양새가 됐다. 구조를 기다리며 눈앞에서 300여 아이들이 배 안에 갇혀 수장되는 것을 지켜본 국민들의 상처 난 마음을 직접 위로하기에는 좀 부족했다.
박 대통령은 "뭐라 사죄드려야 그 아픔과 고통을 잠시라도 위로받으실지 모르겠다"며 사고 수습이 마무리되는 대로 기자회견 등을 통해 재차 대국민 사과를 하고 '국가 개조'를 위한 대책 수립과 국가안전처 신설 등을 제시했다. 하지만 유가족들은 '진정한 사과가 아니다'며 반발하고, '대통령 조화'는 진열되지도 못했다. 꼴 보기 싫다는 것이다.
"내 새끼가 곧 대통령의 자식"이라고 울부짖는 유가족들에게 국무회의 석상에서 2주 만에 행해진 사과가 흡족할 리 없다. 너무 객관화되어 있어 유가족들에게 잘 전달되지 않는다. 물론 대통령이 사건마다, 사고마다 일희일비의 감정을 고스란히 드러낼 일은 아니다.
그러나 세월호 참사는 다르다. 전 국민이 지켜보는 와중에 배 안에서 구조를 기다리던 내 자식과 마찬가지인 아이들이 어른들의 외면으로 죽어갔다.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게 됐다. 이럴 때일수록 어머니 리더십으로 유가족들과 정서적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
박 대통령이 집권 초 적폐 못 잡은 게 한이라며, 과거부터 겹겹이 쌓여온 잘못들을 바로잡을 것이라고 공언한 것은 물론 소중하다. 그러나 유가족들에게 진정성 있게 다가가 어느 정도 사고 수습이 된 다음, 대한민국의 틀을 제대로 바꾸는데 앞장서도록 하였다면 대통령 사과로 유족들이 불만을 일으키는 일은 없었을 텐데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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