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쓰레기 더미에 스포츠시설 공사 강행…33억 물어준 달성군

대구 달성군이 스포츠시설을 만들면서 해당 부지에 대한 사전조사도 없이 시행하는 바람에 공사업체에 수십억원에 이르는 혈세를 공사비로 물어준 것으로 드러났다.

달성군은 2009년부터 5년여 간 총사업비 619억원을 들여 현풍면 성하리 일대에 스타디움, 수영장, 족구장, 게이트볼장 등 종합스포츠파크를 만들고 지난 3월 준공식을 했다.

문제가 된 것은 게이트볼장. 애초 사업비 33억여원을 들여 전천후 게이트볼장을 짓겠다고 했으나 정작 전체 비용은 2배인 66억여원이 됐다. 이유는 게이트볼장 부지에서 수십만t의 생활쓰레기가 매립된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 부지 선정 자체가 잘못된 것이었지만 달성군은 생활쓰레기 처리비용을 당초 설계에 반영하지 않고 사업 추진을 강행했다.

시공업체 측이 쓰레기 처리비용을 반영해 달라며 수차례 요구하자 달성군은 뒤늦게 11억원을 설계에 추가 반영했다. 그러나 땅에 묻힌 쓰레기는 예상보다 훨씬 많았다. 업체는 전체 매립된 생활쓰레기가 14만㎡(15t 트럭 1만5천 대 분량)에 이르는 만큼 처리 비용이 추가로 34억1천만원이 소요된다며 2010년 4월 대구지방법원에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대구지법은 2012년 2월 1심 판결에서 달성군이 시공업체에 15억4천만원을 지급하라고 판시했고, 이에 불복한 시공업체가 다시 항소하자 법원은 지난해 5월 2심 판결에서 1심 때보다 17억8천여만원이 늘어난 33억2천여만원을 시공업체에게 지급할 것을 선고했다. 달성군이 제기한 상고심마저 기각됨에 따라 달성군은 2심 판결대로 시공업체에게 33억2천여만원의 쓰레기 처리비용을 고스란히 물어주게 된 것이다.

달성군은 지난해 3월 1억6천여만원, 6월 13억7천여만원을 준 데 이어 최종심 선고 5일 만인 지난달 29일 차액인 17억8천여만원도 시공업체에게 최종 지불했다. 주민들은 "충분한 사전조사도 없이 거대한 쓰레기더미 위에 게이트볼장을 짓겠다는 어처구니없는 발상을 한 부서에 책임을 묻는 등 사후 조치가 필요하다"며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달성군 관계자는 "당초 부지선정부터 설계과정까지 소홀했던 점을 인정한다. 자칫 이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날까 봐 선고 후 즉시 쓰레기 처리비용을 갚게 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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