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다시 침략을 준비한다/ 전계완 지음/ 지혜나무 펴냄
"한국은 단지 어리석은 국가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2013년 11월 발언이다. 일본의 대표적 우익잡지 '주간문춘'은 '한국의 급소를 찌른다'는 특집기사를 통해 아베 총리가 이같이 말했다고 전했다. 이에 한국의 언론과 국민들은 분노했다. 그리고 '일본 지도자의 정신 나간 소리'로 치부했다. 아베의 발언에 담긴 의미를 파악하려는 노력은 없었다.
일본 화폐의 최고 액권인 1만엔의 등장인물 후쿠자와 유키치는 19세기 말 "어리석은 조선은 일본에 배워야 하고 이를 따르지 않으면 정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시 일본에서는 정한론(征韓論)이 다시 불었고, 일본은 조선침략의 길을 걸었다.
19세기 일본의 정치사상가 요시다 쇼인은 정한론과 대동아공영론을 창시한 인물이다. 그는 "조선을 속국으로 삼고, 만주, 대만, 필리핀 일대를 노획한다. 서양에 잃은 국부를 조선과 만주에서 보상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선침략은 현실이 되었다.
조선침략의 원흉 이토 히로부미, 2대 통감 소네 아라스케, 한일병합 문서에 서명한 초대 총독 데라우치 마사다케 등이 모두 요시다 쇼인의 제자들이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2013년 8월 요시다 쇼인 신사를 참배하고, 자신이 가장 존경하는 인물이 바로 요시다 쇼인이라고 밝혔다. 그날 아베 총리는 쇼인 신사에 무릎을 꿇고 "올바른 판단"을 하겠다고 맹세했다. 그가 맹세한 올바른 판단은 '강한 일본' '나를 군국주의자라고 불러도 좋다'는 선언에 이어 '일본을 전쟁이 가능한 국가'로 개조하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아베의 행보는 요시다 쇼인의 정한론과 일치한다.
불과 20년 전까지만 해도 일본 국민 중 '독도'(일본명 다케시마)를 아는 사람은 드물었다. 그러나 일본 정치지도자들의 끊임없는 선전으로 현재 다수의 일본인은 '일본 영토 다케시마를 한국이 무단 점유하고 있다'고 믿고 있다. 일본의 교과서는 '독도는 일본의 고유 영토이며, 한국이 무단 점유하고 있다'고 아이들에게 가르친다.
이런 선전과 교육은 일본인들에게 한국에 대한 적개심을 갖게 한다. 또한 자국 영토를 한국이 무단 점유하고 있다거나 센카쿠를 중국이 힘으로 빼앗으려고 한다고 인식하게 함으로써 '영토를 지키기 위해서는 무장이 강화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이 책 '일본, 다시 침략을 준비한다'는 일본의 독도 분쟁과 센카쿠 열도 분쟁은 자국민들의 인식을 바꾸려는 고도의 정치작업이라고 분석한다.
지은이는 일본 정치권이 독도와 센카쿠 분쟁을 이용함으로써 전쟁에 대한 공포보다는 자국 영토를 빼앗긴 데 대한 분노를 키우고 있다" 며 "일본 극우 세력의 끊임없는 시위와 일본 정치권의 영토논쟁은 한국에 대한 일본인의 인식을 점점 나쁘게 만들고 있다. 이 과정은 마치 19세기 중후반 정한론을 놓고 급진파와 온건파가 다투는 과정에서 급진파가 썼던 수법과 흡사하다"고 지적한다. '거리로 나온 넷 우익'의 저자인 야스다 고이치 씨는 지은이와 인터뷰에서 "내가 걱정하는 것은 일본 자민당이 재특회처럼 되는 것이다"고 우려하고 있다. 일부 극우 세력의 반한감정이 일본인 전체의 국민감정으로 전염될까 두렵다는 말이다.
한일합방 이전의 조선은 심하게 분열했다. 개방을 주장하는 세력과 쇄국을 외치는 세력이 잇따라 정변을 일으키며 나라를 갈가리 찢어놓았다. 친청파, 친러파, 친일파 등이 눈만 뜨면 싸웠다. 오늘날 대한민국은 어떤가? 분열상은 그때와 똑같다. 남북이 분단됐고, 동서가 갈렸으며, 정치는 진보와 보수로 나누어 죽기 살기로 싸운다. 세대갈등, 계층갈등은 도를 넘어 공동선은 사라진 지 오래다. 21세기 일본의 상황은 16, 19세기와 똑 같고 한국의 상황과 동아시아를 둘러싼 국제정세 또한 '재방송'처럼 닮았다. 책은 "우리는 아주 쉽게 과거를 비판하면서도 좀처럼 과거에서 교훈을 얻지 못하고, 과거를 답습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지은이는 "우리의 목표는 일본을 적이 아니라 친구로 만드는 것이어야 한다. 이웃을 적으로 삼으려는 태도는 '국내용' 일뿐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일본을 친구로 만들 수 없다면, 그들이 움직이지 못하도록 대비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또 "일본인만이 일본의 태도를 결정하는 것이 아님을 기억해야 한다. 우리의 태도와 대비가 일본의 태도를 결정하는 강력한 동기"라고 강조한다. 책은 일본의 침략, 반성하지 않는 그들의 습성, 일본인의 정신세계를 지배하는 천황, 일본인의 독특한 의식구조, 전쟁으로 작동하는 일본의 경제, 일본인의 한국관 등을 세세하게 분석하고 있다. 327쪽, 1만6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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