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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사 주지 떠나는 성문 스님 "오는 것도 인연, 가는 것도 인연이지"

23일로 4년간의 동화사 주지 임기를 마친 성문 스님. 매일신문DB
23일로 4년간의 동화사 주지 임기를 마친 성문 스님. 매일신문DB

"시절인연(時節因緣'모든 인연에는 오고 가는 시기가 있다) 덕분에 동화사 주지로 있으면서 여러 가지 일들을 해낼 수 있었습니다. 힘들었지만 보람된 일도 있고, 임기 내에 마무리 짓지 못해 아쉬운 일도 있습니다. 모든 것이 인연이겠지요."

성문 스님이 23일 자로 4년간의 동화사 주지 임기를 마쳤다. 성문 스님은 그동안 동화사의 팔공총림 승격, 대구불교총연합회 발족, 비슬산 대견사 복원, 팔공산 승시(스님 장터) 축제 개최 등 굵직굵직한 일들을 추진했다. 주지 임기를 마친 성문 스님은 동화사 안에 있는 약수암에 주석할 예정이다.

◆동화사와 지역 불교계 내실 다진 4년

2010년 6월 26일 제26대 동화사 주지로 취임한 성문 스님은 그해 9월 지역 불교계를 대변하는 것은 물론 지역사회 발전에도 기여하기 위한 대구불교총연합회 발족을 주도하고, 초대 의장을 맡았다. 대구불교총연합회는 조계종'진각종'천태종 등 대구경북 여러 불교 종단과 불교단체 및 신도들이 참여하고 있는 불교 단체다. 전국 최초로 구성됐다.

고려 시대부터 전해져 내려오다 조선 초기 이후 맥이 끊긴 '팔공산 승시'도 성문 스님 주도로 2010년부터 매년 개최하고 있다. 역시 전국 유일의 행사다. 시민과 관광객들을 그러모으는 볼거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성문 스님은 임기 중 추진한 여러 일들 중에서 가장 힘들었고, 그래서 보람을 느꼈던 일로 대구 달성군 비슬산 정상의 대견사 복원을 꼽았다. 대견사는 올해 3월 1일 성대하게 개산식을 가졌다.

폐사된 사찰을 복원하는 일은 전국적으로도 보기 드문 일이다. "대견사는 고려 후기에 일연 스님이 오랫동안 있으면서 삼국유사 집필을 시작한 곳입니다. 또 전국적으로 이름난 기도 도량이었습니다. 하지만 일제에 의해 1917년 일본의 국운을 짓누른다는 이유로 강제로 폐사됐습니다." 대견사 복원 추진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절터에 남아있던 3층 석탑이 문화재로, 주변의 암괴류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있어 문화재 관련 심의를 받는데 예상 밖으로 1년여의 시간이 걸린 것이다. 하지만 대구시와 학계 등의 도움으로 임기 중 복원을 무사히 마무리할 수 있었다. "수백 번 대견사에 올라갔습니다. 갈 때마다 가슴이 벅찬 곳입니다. 복원된 대견사는 주변 경관과도 잘 어우러져 지역 불교계는 물론 시민 및 관광객들을 위한 명소로 자리매김할 것입니다."

◆동화사 주지 임명 사태 아쉬움도

성문 스님은 동화사 주지가 되자마자 동화사를 총림으로 승격시키기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 총림은 주지 선거로 산중 스님들이 이합집산하는 폐단을 없애고, 지혜를 모아 동화사가 본사로 있는 조계종 제9교구를 이끌 수 있는 공동체라는 판단에서였다. 임회 등 잘 정비된 의사결정체제를 통해 산중의 의견을 제대로 모을 수 있고, 특히 방장이 주지를 지명하는 제도를 통해 지금껏 주지 선거에서 나타난 각종 폐단을 막을 수 있다고 봤다.

그래서 최근 불거진 동화사 주지 지명을 둘러싼 일련의 일들에 대해 안타까움과 송구스러움을 함께 내비쳤다. "분명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았을 일입니다. 동화사는 1천 년이 넘은 사찰이지만 총림으로서는 아직 걸음마 시기입니다. 이번 사태는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성장통을 겪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성문 스님은 임기 중 이루지 못해 아쉬운 일도 밝혔다. "조계종 제9교구의 재적승 650여 명을 포함한 1천여 명의 출가자들이 좀 더 안정적인 환경에서 수행을 할 수 있도록 일종의 '스님 복지'를 추진하고 싶었습니다. 노령의 스님들, 어려운 처지의 스님들이 수행 정진에 장애를 겪지 않도록 말입니다. 교구 차원에서 재원을 마련해 각종 사업을 추진하고 싶었는데 임기 중에 이뤄내지 못해 아쉽습니다."

◆새 주지 덕문 스님 도울 것

성문 스님의 뒤를 이어 직전 불교중앙박물관장인 덕문 스님이 24일 제27대 동화사 주지 임기를 시작한다. 덕문 스님은 팔공산 갓바위 선본사 주지를 지냈고, 성문 스님의 40여 년 도반(함께 도를 닦는 벗)인 화엄사(전남 구례) 종열 스님의 제자다. 전'후임 주지의 인연이 남다르다.

성문 스님은 새 주지인 덕문 스님의 소임을 돕겠다고 밝혔다. "동화사 주지는 여러 가지 사안을 조율해 추진하는 리더십이 필요한 자리입니다. 덕문 스님은 팔공산중 출신이 아니라서 임기 초반에 리더십을 발휘하는데 여러 어려움을 겪을 수 있습니다. 잘 극복해야 할 부분입니다. 덕문 스님은 지금껏 서울에서도 여러 중요한 소임을 잘 수행해왔습니다. 동화사 주지 소임도 분명히 잘해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그럴 수 있도록 도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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