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을 하나 던져본다. 가장 행복한 죽음을 맞는 분들은 어떤 분들일까?
옆에서 지켜본 바로는 '자식들이 두루 평안한 인생 속에 있을 때'라고 생각한다. 노인들은 죽기 직전까지도 자식에 대한 걱정을 떨치지 못한다. 대부분의 자식들이 한두 가지의 걱정거리는 안고 있다. 이를테면, 형편이 넉넉지 못하거나 건강이 안 좋아서 마음을 놓지 못하는 등 부모들은 늘 자식을 향한 걱정에 싸여 있다. 반면에 자식 걱정이 없는 어르신들은 침상에 누워서도 표정이 평안하고 안정되어 있다.
한 어르신에 대한 기억은 그래서 남다르다. 시설에 입소할 때부터 걸어 들어오지 못했다. 이미 혼자서는 거동이 불가능하고, 자주 극한 통증 때문에 기력을 펴지 못했다. 하지만 통증이 가라앉은 동안 그분의 표정은 언제 아팠나 할 정도로 고요했다. 그러면서 항상 '나는 복이 많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나 생활이 넉넉한 편도 아니었다. 자신은 평생 동안 배관공으로 일을 했다고 한다. 그리고 슬하의 아들 둘은 컴퓨터 수리기사, 화가라고 늘 자랑했으며, 딸은 교사였다. 자식들이 돈을 많이 벌지도 않았으며, 출세를 한 것도 아니었다. 그런데 어르신은 삶을 마감하기 직전까지 자식 자랑에 흐뭇한 표정을 잃지 않았다. 그분을 면회 오는 자식들도 평안한 표정이기는 마찬가지였다. 당연히 궁금했다.
그래서 그 이유를 알아보았다. 어르신이 자식들을 키우면서 가장 강조한 것은 '욕심'에 대한 것이었다. 어떤 잔소리도 안 했지만 욕심을 버리라는 말은 하루에도 몇 번씩 했다고 소개했다. 특히 돈에 대한 욕심은 절대로 금물이라는 것을 몸소 실천하며, 자식들에게 회초리까지 들었다고 한다. '적게 벌면 적게 쓰면 된다'고 말하지 않는가. 설명은 간단했다. 남들이 갈치 먹을 때 자신은 꽁치를 먹는다고 답을 했다. 자식들의 설명도 그랬다. 아버지는 꽁치를 구울 때도 어떻게 구워야 맛있는지를 설명했고 심지어 꼬리 부분은 어떻게 먹는 것이 더 맛있는지까지 자식들과 대화를 나누는 분이셨다고 소개했다. 평생 욕심을 경계해서 행복한 죽음을 맞이한 그 어르신. 욕심 버리는 습관을 자식들에게 심어줘서 너무 큰 재산을 물려줬다고 생각하는 어르신이었다. 그분이 스쳐 지나듯 하신 말씀은 아직도 귀에 남아있다.
"아이들이 동네 입구에 있는 대형 중국 음식점에 한 번 가보는 것이 소원이었어요. 그래서 내가 어느 날 애들을 데리고 그 집을 갔어요. 다른 손님이 요리를 시킬 때 우리는 모두 자장면을 한 그릇씩 시켰지요. 아이들이 처음에는 부끄러워서 쭈뼛거렸는데, 내가 너무 당당하고 맛있게 먹자 자식들도 입 주변이 새까매지도록 게걸스럽게 먹었어요. 왜 대형 음식점을 가면 비싼 것을 시켜야 한다고만 생각하죠?"
김제완 사회복지법인 연광시니어타운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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