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심후섭의 "옛날 옛적에…"] 열녀와 효녀

얘야, 너는 만약 아버지와 네 남편 중 하나를 택해야 한다면 누구를 택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옛 중국 한(漢)나라에 한 의로운 여인이 있었어.

이 여인의 남편은 사소한 일로 사람을 다치게 하여 쫓기는 몸이 되었대. 남편은 늘 숨어 지내야만 했어.

남편과 원수진 사람은 복수를 하기 위해 온갖 방책을 다 짜내었으나 뜻을 이루지 못하였어. 우선 어디에 숨었는지 찾아낼 수가 없었던 거야.

그러던 중 남편의 원수는 그 부인의 효성이 지극하다는 것을 알고는, 부인의 친정아버지를 찾아가 협박하였어.

"당신 딸에게 말하시오. 남편이 숨어 있는 곳을 말하지 않으면 대신 당신을 죽이겠소. 이것은 빈말이 아니오."

그리고는 밤낮없이 칼을 차고 친정집 대문을 지키는 것이었어.

이에 친정아버지가 몰래 딸에게 기별하였어.

"얘야. 큰일 났다. 놈들이 네 남편 숨은 곳을 알아내라며 나를 죽이겠다는구나. 너희들도 조심하여라."

이 여인은 그만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할 처지가 되고 말았어. 만약 남편이 숨은 곳을 가르쳐 주면 남편을 죽인 불의(不義)를 저지르게 되고, 안 가르쳐 주면 아버지를 죽게 하는 불의가 될 것이기 때문이었지.

"아, 어느 것을 택하더라도 분명 불의가 된다. 이것은 살아도 산 것이 아니다. 불의를 저지르고 어떻게 살아갈 수 있으랴?"

이렇게 생각한 이 여인은 마침내 아버지에게 연락하였어.

"제가 어찌 한 분뿐인 아버지를 잃을 수 있겠습니까? 아버지를 살리고 남편을 버리겠습니다. 그 원수에게 말하십시오. 다가오는 새벽녘에 우리 집 다락에 머리를 동쪽에 두고 누워 자는 사람이 바로 제 남편입니다."

이렇게 말한 그녀는 집으로 돌아와 남편을 다른 곳으로 피하게 하였어.

"얼른 피해야 합니다. 오늘 밤에 놈들이 당신을 처치하려고 온대요."

"그럼 우리 모두 피합시다."

"안 됩니다. 그럼 평생 쫓겨 다녀야 하는 신세가 됩니다."

그리하여 하는 수 없이 남편이 피하기로 하였어.

남편이 피하자 이 여인은 그 자리에 자신이 누웠어. 머리를 묶어 남자처럼 꾸미고는….

과연 새벽녘이 되자 남편에게 원한을 품은 사람이 몰래 들어와 더듬거리더니 그만 머리를 잘라 가버렸어.

"아니, 이게 누구야!"

밝은 곳에서 보니 그것은 그 아내의 머리였어.

"아, 이 여인은 아버지와 남편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자신이 대신 죽음을 택하였구나. 이럴 수가! 나를 부끄럽게 만드는구나."

남편과 원수진 사람은 마침내 이 여인의 갸륵한 정성에 감동되어, 원한을 풀고 여인의 남편을 더 이상 찾아다니지 않았다고 해.

그래, 이 여인은 진퇴양난(進退兩難)의 처지에서 의연하게 살신성인(殺身成仁)을 택하여 아버지와 남편을 동시에 구하였구나. 그래서 이 부인은 남편을 위한 열녀(烈女)도 되었고, 아버지를 위한 효녀(孝女)도 되었단다.

심후섭 아동문학가'교육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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