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왜 민방위훈련을 해야만 하나

"언제부터인가 학생들은 민방위훈련을 안 하더군요. 훈련을 한다고 해서 학업에 문제 되는 게 없는데도 모두가 귀찮다고 생각하고 안이한 생각으로 살아가는 건 아닌가요? 일본처럼 우리 아이들에게 교육시키고, 어른들도 직장에서 대피요령을 배워야 하지 않을까요?"

 

최근 한 학부모가 보내온 편지내용이다. 이 편지를 보고 몸 둘 바를 몰랐다. 세월호 침몰사고, 고양종합터미널 화재사고 등 일련의 사고로 재난을 예방하고 대비해야 하는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담당자로서 죄스러운 마음을 금할 길이 없었다. 다른 한편으로는 대형 참사를 통해 시민들 스스로가 안전에 대해서 재인식하고 있어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울러 생활 주변 곳곳에 생활의 이기가 때로는 무서운 흉기로 변할 수 있다는 것도 느끼고 관심을 가져주니 매우 고무적이다. 또한 자기 자신과 가족에 대한 안전대책에 관심을 보이고 안전 관련 제품들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는 소식 또한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정부는 6월 20일 금요일 오후 2시에 전국적으로 화재대피 민방위훈련(단, 접경지역 15개 시'군은 민방공대피훈련)을 실시한다.

이번 훈련의 목적은 우후죽순처럼 늘어나고 있는 초고층 빌딩과 각종 시설 화재 증가로 모든 국민이 화재가 발생했을 때 어떻게 대피하는가를 실제로 한 번 해 보자는 데 의미를 두었다. 우선 재난 위험 경보발령과 동시에 각 건물별로 화재 경보 비상벨이 울리면 신속히 밖으로 대피하는 훈련인 것이다. 곧바로 대피하여 소화기 작동법과 소화전 사용법, 심폐소생술 등 '소소심' 교육도 받는 것이다. 아울러 시'군'구별로 긴급차량 골든타임 확보 훈련과 연계한 화재대피 시범훈련을 실시하며 이동주민에 대해서는 지역 소방서와 합동으로 안전교육을 실시할 예정이다.

그럼 왜 훈련을 실시하는가? 전체 국민을 대상으로 동시에 화재대피 훈련을 실시하는 나라는 우리나라가 처음이 아닐까 싶다. 우리나라는 민방위훈련을 전 국민 대상으로 실시하고 있다. 전국 규모의 민방위훈련은 매달 15일 실시하다가 1989년 9회로 줄어들었다. 1992년부터는 국민불편 해소 차원에서 매년 3회로 축소되어 실시되고 있다.

국민 전체를 대상으로 훈련을 실시하다 보니 어려움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우선 영업을 하는 백화점이나 극장, 상가에서는 영업 손실이 크다며 훈련에 참가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고 이들을 강제로 훈련에 참여시킬 수 있는 방법도 마땅치 않다. 그럼에도 정부에서 훈련을 실시하는 이유는 위급상황 시 대처능력을 향상시키고 어떠한 상황에서도 시민을 보호할 책무가 국가에 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화재가 나거나 비상사태가 발생하면 고층아파트나 건물에서 훈련을 한 번이라도 해본 사람과 안 해본 사람은 화재 등 위기상황에서 생존확률의 차이가 확연하다. 머릿속에 알고 있는 것과 실제로 해본 것은 위기 상황 때 죽고 사는 갈림길이 될 수 있다. 미국 9'11 테러 때 세계무역센터에 입주해 있던 모건스탠리는 직원 대부분이 생존하는 기적을 이뤘다. 모건스탠리사가 평소 3개월에 한 번씩 대피 훈련을 실시한 결과였다.

다행히 우리나라에서도 삼성그룹이나 유명백화점 등 대기업에서 안전에 대하여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6월 화재대피 민방위훈련 시 전사적으로 참여하기로 결정했다는 소식이다. 이런 자발적 동참이 안전문화 창달에 기여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그동안 민방위훈련이 구시대적인 유물로 치부되었지만 이제는 우리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고마운 훈련으로 인식되는 시점이 되었으면 한다. 이번 화재대피 민방위훈련이 '재난에 안전한 나라, 행복한 국민' 실현을 앞당기는 시금석이 되길 바라며 적극적인 훈련 참여를 당부 드린다.

성기석/소방방재청 민방위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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