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관피아 없애지 못하겠다는 정부, 이래도 되는 것인가

변호사, 회계사, 세무사 자격증을 가진 공직자는 취업심사 대상에서 제외하는 규정을 그대로 둔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이 18일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이에 따라 '법피아' '세피아'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우리 사회 구석구석에 포진하며 단물을 빨 수 있게 됐다. 세월호 참사가 우리 사회에 부여한 '관피아 척결'이란 시대적 과제를 정부가 정면으로 외면한 것이다. 국민에 대한 배신이다. 이 정부는 과연 국민의 정부인지, 관료들만을 위한 정부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런 배신행위는 지난달 정부가 차관회의를 열어 '정부개혁의 주도권'을 안전행정부에 몰아줄 때부터 예견됐었다. 아니나 다를까 안행부는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하면서 변호사, 세무사 등의 자격증 소지자에 대한 '전관예우'를 존치시켰다. 이에 대한 국민적 비판을 무겁게 받아들였다면 입법예고 기간에 수정했어야 했다. 입법예고의 목적은 법안에 대한 각계의 의견 수렴이다. 그러나 결과는 '원안' 그대로였다. '셀프 개혁'의 필연적 참사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더 큰 문제는 관료들은 자기들 밥그릇 문제이니 그렇다 쳐도 박근혜 대통령까지 관료들의 이런 사익 추구에 제동을 걸지 않았다는 점이다. 박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 후 대국민 사과 담화를 통해 관피아 척결을 국민에게 약속했지만 그 약속을 무위로 돌리려는 관료들의 '꼼수'를 지켜만 봤다. 지금까지 박 대통령은 핵심이 빠진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에 대해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만기친람(萬機親覽)은 바로 이런 경우에 필요한 것이다.

이러한 관료들의 개혁 좌절 기도는 이제 국회에서 저지할 수밖에 없게 됐다. 새정치민주연합은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하자 "국민의 눈높이에 한참 미달됐다"며 취업심사 예외 규정의 삭제가 포함된 관피아 방지 3대 법안을 통과시켜 관피아 해소에 앞장서겠다고 했다. 새누리당도 이에 적극 호응해야 한다. 그래야 박근혜정부의 개혁이 성공할 수 있고 새누리당도 수구 기득권 세력 집단이란 비난을 면할 수 있다. 여야는 관피아 척결을 국민이 얼마나 염원하고 있는지 깊이 인식하고 관료집단의 사익 추구를 철저히 좌절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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