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나무들이 분홍 옷을 연두색 옷으로 갈아입은 이 좋은 계절에 소녀 마음 되어 연애편지가 아닌 영감이 된 당신에게 편지를 쓰자니 마음이 두근거리는군요.
부지런하고 정직하고 밥은 굶기지 않을 거라는 조건으로 오빠의 반 강요에 의해 부부 되어 43년을 열심히 살았군요. 당신은 먹는 것도 아껴 폐결핵까지 앓아가면서 오직 돈을 향해 부부간의 정도 모르고 40년 넘게 살았군요. 중매로 만났기에 부끄러운 마음에 여보 당신이란 소리도 못하고 큰아들을 얻은 후 지금까지 상철이 아버지로 불렀지만, 이 편지 후로는 당신이란 호칭을 써보려 합니다.
양친을 일찍 여의고 남녀 동생을 자식 삼아 부모 노릇하며 약한 나를 만나 열심히 산 덕에 노후는 여유 있게 사는 것 같구려.
필름을 돌려 옛날을 생각하면 그땐 어렵게 살았지만 바람과 함께 세월과 함께 청춘을 보내고 나니 지금은 오히려 그 시절이 그립네요.
당신은 4시간 취침 외엔 종업원들과 싸우면서 열심히 일했고 난 네 명의 종업원을 삼시 세 끼 밥에다 빨래까지 해주느라 저녁에 집에 오면 밥보다는 잠이 더 그리웠어요.
그 덕에 두 아들 서울로 유학 보내고 좋은 직장에 근무하여 용돈 받아 쓰고 있으니 행복한 삶을 사는 것 같네요. 요즘 생활이 다 당신이 고생한 대가이고 착실히 살아준 덕이라 생각하며 두 아들 낳아 키운 보람이 나이 들어 보니 실감이 나네요.
어려운 일이 생길 땐 두 아들이 있어서 든든하네요.
당신이 교통사고만 당하지 않았으면 건강한 몸으로 여행도 하고 산행도 같이하면서 더 즐거운 삶을 살았을 건데.
다행히 당신 스스로 다닐 수 있고 열심히 운동하고 약을 찾아드시니 한없이 고맙네요.
보통사람보다 강한 당신을 만나 약한 나는 덩달아 행복하게 사는 것 같습니다.
여보, 당신을 마음으로 늘 감사하게 생각하지만, 행동은 친절하지 못해서 미안해요.
얼마 남지 않은 인생 서로 이해하고 배려해주고 살다가 곱게 나이 들어 아름다운 마무리 하도록 기원하면서 더욱 행복한 삶 살아봅시다.
당신 곁에서 늘 당신을 보호하며 사는 나는 내 운명이라 생각하고 건강한 밥상 행복한 마음 드릴게요.
서로 감사하는 마음 위로하는 마음으로 남은 인생 건강하게 9988234 합시다.
여보 고맙습니다.
최순자(고령군 다산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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