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늦춰져야" "예정대로"…경북도청 이전 시기조정 논란

"도청사만 덜렁…오·폐수 처리도 못할 판" "처음부터 시설 다 갖춘 신도시 어딨냐

김관용 지사의 연말 경북도청 이전 입장과 관련, 민선3기 도정 자문기구인
김관용 지사의 연말 경북도청 이전 입장과 관련, 민선3기 도정 자문기구인 '새출발위원회'가 이전 시기 조정 의견을 내면서 연말 도청 이전은 사실상 어려운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를 두고 안동'예천 주민들의 의견도 엇갈리고 있다. 막바지 공사 중인 신도청 모습.

지방선거가 끝나자마자 올 연말로 예정됐던 경상북도 도청 이전 시기를 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김관용 도지사로부터 경북 대개조를 위한 전권을 위임받았다는 하춘수 경북도 새출발위원회 위원장이 "도청 이전 시기를 위원회 차원에서 검토해 지사에게 건의하겠다"고 밝힌 뒤 20일에는 위원들과 함께 도청 신도시를 방문했다. 올 연말로 계획됐던 도청 이전에 변수가 생길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안동 출신으로 북부지역 사정을 잘 아는 권영진 대구시장 당선인도 도청 이전 시기 조정을 건의했고, 도청 직원들 사이에도 '올 연말 도청 이전은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안동'예천에서는 "예견됐던 일"이라는 반응과 "약속은 지켜져야 한다"는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올 연말 도청 이전은 시기상조 "정주여건 전무한 허허벌판"

18일 기준 안동 풍천면 갈전리 일원에 건립 중인 경북 신도청과 도의회 청사의 공정률은 75%다. 오는 10월 말까지 준공하는 데는 무리가 없다. 하지만 신청사 준공 후에도 건물을 제대로 가동하려면 최소 3개월의 시간이 필요하다.

충남과 전남 신도청을 살펴보면, 도청 실'과들이 이사하는 데 최소 2개월 남짓 걸린다. 이전 업무가 순조롭게 진행된다고 해도 내년 여름 이후에나 정상업무가 가능할 전망이다. 경북교육청은 2015년 7월, 경북지방경찰청은 2016년 상반기는 돼야 이전할 것으로 보인다.

신도시 주변 정주여건 마련도 늦어지고 있다. 경북개발공사에 따르면 신도시 내 도로'공원'전기'상하수도'도시가스 등 여건 조성은 2015년 1월쯤 마무리된다.

이렇게 돼야 신도시가 갖춰야 할 아파트 및 주거시설'상가'학교'병원 등 가장 기본적인 정주여건이 조성된다. 공무원임대아파트 496가구는 2015년 11월에 준공되고, 민간아파트 1천300여 가구도 2016년 4월에나 준공될 예정이다. 초'중학교는 2015년 3월, 고등학교(예천 호명고)는 2016년 신도시로 이전 배치된다.

가장 심각한 것은 신도시 내 오'폐수를 처리하는 하수종말처리장이다. 현재 공정률은 48%로 내년 5월 말쯤 돼야 준공된다. 이 같은 기반시설만 감안한다면 올해 이전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주민들 반응 엇갈려, "예견됐던 일-연말 이전해야"

안동'예천 주민들은 '대구발 도청 이전 시기 조정 문제'에 대해 엇갈린 반응을 내놓고 있다. 공직사회와 도심 상인들 쪽은 "예견됐던 일이다. 정주여건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도청이 옮겨온다는 것은 '개도 700주년'이라는 상징성 외에는 아무 의미가 없다"는 반응이다.

하지만 일부 주민들과 신도시 내 투자자들은 "어이없는 일이다. 선거 전 도지사가 약속한 대로 연말에 이전돼야 한다"는 원칙 고수론을 내세우고 있다.

주민 김모(48'예천군 서본리) 씨는 "모든 신도시들이 그렇듯 일단 도청이 우선 이사를 와야 다른 기관들도 따라오고 도시가 활성화된다. 정주여건을 다 갖춘 신도시가 어디 있느냐"고 했다.

업무지구 내 주차장 용지를 입찰받은 이모(47'안동시) 씨는 "은행 대출을 받아 신도시 내 주차장 용지를 매입했는데 이제 와서 이전 시기를 재조정한다면 손해가 크다"고 했다.

반면 안동시청 한 공무원은 "도지사의 연말 이전 발언은 '개도 700주년'의 상징성을 담았을 뿐이다. 연말 이전은 당초부터 어려운 일이었다. 정주여건뿐 아니라 하수종말처리장 등 기본적 조건이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이전은 불가능하다"고 했다.

안동 중앙상점가 상인회 관계자도 "도청 이전과 신도시 조성이 빨라지면서 상권이 빠져나갈까 봐 걱정이다. 겉으로 말은 못 해도 상인 대다수가 이전 시기 조정을 환영하는 분위기"라고 했다.

안동 권씨 문중 한 관계자는 "권영진 대구시장 당선인이 충분한 시간을 갖고 도청 이전터 개발계획을 세울 수 있도록 고향 안동사람들이 조금만 참아주는 게 맞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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