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새 총리감, 폭넓게 둘러보고 차분히 검증하길

기자 출신으로 첫 국무총리 후보로 지명됐던 문창극 전 중앙일보 주필이 결국 14일 만에 자진사퇴했다. 종전 인사들과는 달리 역사인식 논란으로 청문동의서조차 제출되지 못한 채 문창극 후보는 '14일 일기'의 종지부를 찍었다.

연이은 인사 실패에 대한 현 정부의 책임론과 현행 인사청문회에 대한 개선론이 동시에 제기되는 가운데 청와대는 새 총리 인선에 들어갔다. 만약 이번에도 안대희'문창극의 낙마와 같은 인사 실패가 되풀이되면 박근혜 정부에 대한 신뢰는 심각한 상처를 받게 된다. 삼세판 인선에 들어간 청와대가 시간에 쫓겨서 주변 인물 가운데에서 지명하거나 한두 번 인연을 맺었던 인물을 고려하는 것은 금물이다.

한 템포 늦더라도 편의주의적 발상은 피해야 한다. 이번에야말로 지방과 중앙의 균형발전에 대한 관심을 갖고 있으면서 대다수 서민들의 입장에 서서 정책을 개발해내고, 모두에게 평등한 기회를 줄 수 있는 참신하면서도 깨끗한 총리를 찾아야 한다. 그래야 등 돌렸던 여론도 결집하고, 국정운영의 활기도 되찾을 수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차기 총리감 인선에 과감한 용기를 낼 필요가 있다. 민주화를 넘어선 민주화 시대에 알맞은 시대정신을 갖추고 있고, 선진국 문턱에서 무너진 국민의 자존심과 정체성을 되살릴 능력을 갖춘 총리감을 찾으려면 반쯤 닫아둔 인사 폭을 활짝 열어젖혀야 한다.

보수'진보의 틀을 넘어서고, 지근거리 인물 위주의 인사에도 변화를 가해야 한다. 정치철학만 맞다면, 차기 대권후보든 영향력 있는 여성이든, 한번 역임했던 인물이든 가릴 필요가 없다. 정홍원 총리는 대통령제 하의 총리로 무난하지만 세월호 사태 이후 국가 대개조의 뜻을 밝힌 터라 오래 같이 일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구태여 김무성 새누리당 당권 도전자의 추천이 아니라도 새누리당 대선 후보로 경선했던 김문수 경기도지사나, 세금으로 월급 받는 집단의 부정과 비리를 더 이상 용납해서는 안 된다는 김영란법을 발의한 김영란 전 대법관도 적극적으로 고려해볼 만하다. 대통령이 여성인데 어떻게 국무총리까지 여성이냐는 잣대는 남성 중심적인 사고에 지나지 않는다. 오히려 새로운 시너지를 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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