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은 과거보다 더 스트레스에 시달리며 살아가고 있다. 이런 것들이 쌓이다 보면 암으로까지 발전한다. 인간은 누구나 무병장수하길 바라는데 왜 현실은 그런 바람과 반대로 갈까? 안타까운 일이다.
스트레스는 왜 생길까? 일이 많고 힘들어서 그런 것보다 자기 뜻대로 되지 않고, 또 되어도 남이 알아주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데서 주로 생긴다. 다시 말해, 스트레스는 인간관계로부터 생기는 마음의 병인 것이다.
어떻게 해야 스트레스 없이 살아갈 수 있을까? 첫째, 마음을 편안하게 갖는 것이다. 요즘 우리는 일이 잘못되었을 때 남을 탓하는 데 익숙하다. 그런데 상대방은 이를 인정하려 하지 않고 도리어 나에게 탓을 돌리곤 한다. 그러다 보니 서로 다투고 미워하게 되고, 나에게 남는 것은 스트레스뿐이다.
잘못을 내 탓으로 여기며 살아간다면 어떻게 될까. 남과의 관계도 좋아질 뿐 아니라 자신에게도 스트레스가 생길 리 만무하다. 스스로 잘못했고 먼저 고치겠다고 성찰하는데, 이 세상에 어느 누가 자기 자신을 미워하고 욕하겠는가? 오히려 다음부터는 잘못이 생기지 않도록 노력하고 고쳐 나갈 것이다. 이것이 가장 현명하게 사는 길이다. 공자도 훌륭한 사람(君子)은 '반구저기'(反求諸己) 즉 잘못된 일을 자기 탓으로 돌린다 하였다.
둘째, 다른 사람과의 관계가 좋아져야 한다. 그러려면 다른 사람들이 나로 말미암아 좋아지고 행복해져야 한다. 이렇게 만드는 최고의 방책은 '선우후락'(先憂後樂)의 자세로 살아가는 것이다. 해야 하는 일임에도 모두가 싫어하는 것은 내가 먼저 하고, 모두가 좋아하는 것은 내가 양보하고 나중에 하는 것이다. 그러면 손해가 아니냐고 재빠르게 계산하면 잘못 살아가는 길이다. 상대방 그 누구도 나만큼은 똑똑하고 나 정도는 양심이 있다. 내가 솔선하고 양보한다면 곧 그들도 나에게 되돌려준다. 이것이 인지상정이다.
인간은 누구나 착한 본성이 있다. 내가 먼저 그렇게 살아가면 서로 존중하게 된다. 만나는 사람마다 존경하고 아끼는 관계가 되는데 스트레스가 왜 생기겠는가? 이 과정에서 손익을 물질적으로만 판단해서는 안 된다. 감사와 존경 즉 정신적 베풂으로써 되돌려 주는 것도 빼놓지 말아야 한다. 특히 가족, 동료 등과 같이 자주 만나는 가까운 사람과의 관계가 자신의 삶에 더욱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항상 마음에 새기고 늘 감사와 존경의 자세를 표할 줄 알아야 한다.
해마다 안동 도산에 자리한 퇴계 종택을 찾는 수만 명의 방문객들이 노종손(16대 이근필옹'83세)에게 덕담을 들려달라고 요청한다. 그러면 종손은 시골노인이 무슨 드릴 말씀이 있겠느냐고 몇 차례 사양하다가 이렇게 대답한다. "오래 살려면 스트레스를 받지 않아야 합니다. 그러려면 모든 일을 내 탓이요 하고 사는 길이 제일입니다." 사람들은 마치 퇴계 선생의 가르침을 들은 듯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대문을 나선다.
지금 경복궁 안에 있는 국립민속박물관 제3전시실의 '가족' 코너에서는 농암 가문의 전시가 지난달 16일부터 1년 일정으로 열리고 있다. 500여 년 전 어부가(漁父歌)를 읊으면서 퇴계와 이웃하며 살아간 농암 이현보(1467~1555) 선생은 자신의 나이 70세 때 90세의 아버지를 위해 때때옷 입고 어리광과 재롱을 부렸을 정도로 효도가 극진하였다. 이처럼 효도하며 산 농암 자신은 89세를 살았고 효도 받은 아버지는 98세까지 장수하였다. 그뿐만 아니라 이러한 효도의 가풍 속에서 농암 집안사람들은 이후 200년 동안 당시로선 보기 드물게 평균 80세를 넘게 살았다.
효도하는 사람은 형제간에도 우애가 있게 된다. 그리고 남의 부모도 함부로 대하지 않는다. 이런 방식으로 살게 되면 친척과 이웃뿐만 아니라 주위의 모든 사람과의 관계가 마치 동심원이 퍼져 나가듯 점진적으로 좋아지게 된다. 이것이 스트레스 없이 무병장수하는 길이다. 스트레스 없이 자신도 오래 살고 주위도 사람답게 사는 길이 바로 여기에 있다.
백문이불여일견이라고 백 번 듣는 것보다 한 번 보는 것이 더 설득력이 있다. 올여름에는 가까운 분들과 함께 손잡고 사람냄새 가득한 문화의 현장을 찾아보기 권한다. 그러면 더위도 한결 살가워지지 않을까.
김병일/한국국학진흥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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