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무명칼럼] 영향력 높이려는 시진핑

대구'경북은 특이하다. '보수' 때로는 '수구 꼴통'이라는 근거 없는 비난을 받기도 하는 이 지역에서 우리나라 여성 통치권자는 모두 배출됐다. 박근혜 대통령뿐 아니라 역사상 3명의 여왕(선덕여왕, 진덕여왕, 진성여왕)이 경상도 출신이다. 시장에서 만나거나, 동네에서 만나는 중년층 이상 여성들은 각종 사안으로 박근혜 대통령이 코너에 몰리면 두둔하는 경향이 강하다. "여자라서 깔보는 거, 아이가…."

그럴 리 있으랴마는 '단지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우리나라 여왕을 조롱한 대표적인 인물은 뜻밖에도 중국인들이 태평성세로 자부심을 갖는 당 태종 시기이다. 태자인 형을 죽이고 왕좌를 차지한 당 태종은 여성이지만 성골 골품제에 따라 순리로 등극한 신라 선덕여왕을 노골적으로 조롱했다. 여왕 재위 12년(643), 당나라에 군사지원을 요청하자 당 태종은 안된다고 답했다. 이유는 여자라서였다. "그대 나라는 부인을 임금으로 삼아서 이웃나라의 업신여김을 받으니 이는 임금을 잃고 적을 받아들이는 격이라 해마다 편안할 때가 없다"고 비하했다.

300번 이상이나 자신의 정책에 대해서 비판을 서슴지 않는 신하 위징을 가까이한 제왕으로 칭송받는 당 태종도 여성 편견은 피할 수 없었던 모양이다. 그냥 비토성 발언에 그치지 않고 한 발자국 더, 금줄을 넘어서는 선까지 나갔다. "내 종친 한 사람을 보내 국왕을 삼고, 군대를 파견하겠다."고까지 했다. 노골적인 폐위 요구에 다름 아니다. 맘이 편할 리 없는 선덕여왕은 당 태종의 이런 내정간섭에 대립각을 세워 신라를 위기로 몰고 가지 않고, 살살 달랬다. 현실주의적 외교로 선덕여왕은 결국 삼국통일의 기초를 닦았다.

예상치 못한 세월호 참사와 그에 대한 대책 미흡 그리고 '도로 정(홍원 총리)'으로 압축되는 인사에 대한 부정적 평가로 어려움에 처한 박근혜 대통령이 7월 3, 4일 방한하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과 다섯 번째 정상회담을 갖는다. 대국 굴기를 넘어 13억 4천만 인민 모두의 꿈이 실현되는 반부패 공정사회로 가겠다는 중국몽(中國夢, China Dream)을 강조하고 있는 시진핑 주석은 한 손에는 덩샤오핑식 개혁개방 경제관(觀)을, 다른 한 손에는 크게 부수고 크게 일으켜 세우는 마오쩌둥식 대파대립(大破大立) 외교관을 들었다.

정치는 사회주의적 좌파를 그대로 따르고, 경제는 중국식 자본주의인 우파로 요약되는 '정좌경우'(政左經右)를 밀고 나가겠다는 것이다. 2012년 11월, 덩샤오핑의 개혁개방이 없었다면 중국 현대화와 사회주의는 장례식을 치렀을 지도 모른다고 한데 이어, 그 다음 달인 12월에는 마오 사상의 깃발을 들고 전진할 것이라며 정풍 운동과 금주령을 포함한 '군(軍) 10조'를 하달하기도 했다. 지난해 시 주석은 "중국인의 피에는 패권을 추구하는 유전자가 없다"며 평화 공존 신 6원칙까지 발표했다. 시 주석의 평화공존 신 6원칙은 주권 평등'공동 안전'공동 이익'포용'공평'정의 등 6가지를 일컫는다. 공동 안전은 물론 다른 나라의 안전을 위협하지 말라는 것이고, 공동 발전은 무역분야에서 각종 보호주의에 반대한다는 뜻이며, 공평 정의는 국제관계에서 민주화를 이룩하자는 의미이다. 그러나 그 말을 그대로 다 믿어야 할지는 의문이다. 중국은 우리나라 이어도와 겹치는 방공식별구역 설정은 물론, 백두산과 발해 역사를 중국사에 집어넣는 동북공정을 계속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과 시 주석이 오랜 친구 사이인 라오펑유(老朋友)가 되어 있음은 국제외교에서 균형감과 대우를 받을 수 있는 기본은 된다. 그러나, 동아시아 차원에서 세력전이(power shift)가 나타나고, 동북아 사태가 까딱 잘못하면 긴장 관계를 넘어 전쟁까지 일어날 수 있는 상황임을 항상 잊지 말아야 한다.

이미 일본은 '일본은 돌아왔다'(Japan is Back)라며 집단자위권에 이어 평화헌법까지 훼손하고, 북한은 핵과 미사일로 위협을 계속하고 있다. 이런 마당에 군대 내 종북 세력도 없지 않다는 한민구 국방부 장관 후보의 국회 답변까지 있었다. 우리는 시진핑 주석이 6'25 때 혈맹인 북한보다 먼저 우리를 찾은 속뜻이 대한민국에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그 이하도 그 이상도 아니라는 것을 알아차려야 한다. 그리고 지금처럼, 내가 옳니 네가 그르니 하는 정파 싸움일랑 당장 멈추고 국익과 국민을 위해 결집하고 세계정세 변화에 촉을 세우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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