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형 체인점에 고객 빼앗기는 동네 안경점

지난달 포항에서 안경점을 운영하던 A(52) 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A씨는 이곳에서 오랫동안 안정적으로 안경점을 꾸려왔지만 얼마 전 근처에 대형 안경체인점이 들어서면서 어려움을 겪기 시작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안경점 건물주가 A씨에게 임대료를 2배 인상을 요구하면서 경영마저 힘들어졌다. 결국 A씨는 차 안에 번개탄을 피우고 세상을 등졌다.

인터넷 쇼핑몰과 대형 안경체인점의 공세에 동네 안경점들이 고사 직전에 놓였다. 동네 안경점들은 "인터넷 쇼핑몰과 대형 안경점들이 저렴한 가격과 각종 할인행사, 사은품 제공 등을 무기로 동네 상권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며 하소연하고 있다.

대구 수성구 신매동의 한 안경점은 선글라스 시즌을 맞았지만 선글라스 판매 실적은 저조하다. 인터넷 쇼핑몰이 이월 해외명품 선글라스를 국내 브랜드 선글라스 신상품보다 저렴한 가격에 판매, 소비자들을 그러모으고 있기 때문이다. 콘택트렌즈나 안경과 달리 선글라스는 안경사 자격증이 없어도 판매할 수 있다 보니 2012년부터 인터넷 쇼핑몰을 통한 선글라스 판매량이 수직 상승하고 있다. 이곳 안경점 주인은 "선글라스 판매율이 2년 전에 비해 반 토막 이상 났다"고 했다.

동네 안경점들에 더욱 위협적인 것은 대형 체인점들의 파격적인 마케팅이다. 대형 체인점들은 1년에 2, 3차례 정기적으로 자전거나 샴푸, 치약세트 등 사은품을 구매 고객에게 제공한다.

3년 전부터 대형 안경체인점에서 안경을 맞춘다는 이창섭(31) 씨는 "한때는 동네 안경점만 찾았다. 하지만 집 근처에 생긴 대형 체인점에서 친절하게 상담해주고 일회용 콘택트렌즈 같은 사은품까지 챙겨줘 발길을 돌리게 됐다"고 했다.

지난해 한 안경체인점은 청소년을 상대로 콘택트렌즈를 판매하고 구매 순위가 높은 학급에 피자를 제공하기도 했다. '1+1' 행사 등을 기획하는 체인점도 있고, 5월에는 어린이와 함께 온 구매 고객에게 어린이 선글라스를 무료 제공하는 이벤트를 한 곳도 있다.

보통 안경점은 안경 교체 주기가 있어 개장 후 3년이 지나야 손익 분기점을 돌파한다. 대형 체인점의 이 같은 공세는 손익 분기점 기간을 단축하고 비싼 매장 임대료와 인건비를 단기간에 충당하기 위해서다.

대한안경사협회 대구지부 박경석 지부장은 "안경점은 매장 크기보다 안경사 실력이 더 중요하다"며 "무조건 대형 체인점을 찾기보다 실력 있는 안경사에게 꾸준히 관리받는 것이 장기적으로 소비자 입장에서 이익이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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