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막을 내린 제8회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이하 딤프)의 처음과 끝을 박수갈채로 장식한 화제작이 있다. 개막작 '마타하리'와 폐막작 '몬테크리스토'다. 둘 다 뉴욕 브로드웨이도 런던 웨스트엔드도 아닌 동유럽 국가(슬로바키아와 러시아)에서 제작됐고, 현지에서 흥행을 검증받은 대형 작품이라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그런데 좀 더 살펴보면 숨은 매력과 이야기가 적지 않다. 공연은 끝이 났지만 여운은 아직 남았다.
◆두 작품의 닮은 점은?
마타하리와 몬테크리스토. 둘 다 한국에 처음 소개된 동유럽 대형 뮤지컬 작품이다. 그래서 동유럽 특유의 공연 미학이 깃들어 있다는데, 한마디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뮤지컬 관계자들은 안무 비중이 높은 점, 특히 전통무용과 발레를 섞는 시도,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철학적인 주제 의식 등을 꼽는다.
가장 도드라진 부분은 안무다. 두 작품 모두 안무에만 전념하는 전문 무용수들을 대거 기용해 볼거리를 제공했다. 마타하리는 특히 주인공의 내면을 상징하는 듯한 흑'백'황금 의상의 무용수 3명을 주인공 곁에 등장시켜 작품성을 더했다. 몬테크리스토는 볼쇼이 발레단 출신 무용수 18명을 투입해 무대를 시종일관 화려하게 수놓았다.
둘 다 전통을 자랑하는 극장의 전속 작품들이기도 하다. 그래서 해당 극장주들도 이번에 배우들 및 제작진과 함께 대구를 찾았다. 마타하리는 60년 전통을 자랑하며, 아버지와 아들이 대를 이어 작품의 같은 역할을 맡기도 한다는 노바스 극장의 전속 작품이다. 몬테크리스토는 1922년에 설립된 모스크바 국립 오페레타 씨어터가 7년째 공연하고 있는 히트 작품이다.
◆일당백 뮤지컬 디바, 시사 스끌로브스까
마타하리는 슬로바키아의 국민 가수로 불리는 '시사 스끌로브스까'(이하 시사)를 빼놓고는 얘기할 수 없다. 14일 열린 딤프 어워즈에서 사회를 맡은 뮤지컬 배우 김호영은 시사를 두고 "슬로바키아의 조용필"이라고 소개했다.
조용필은 뛰어난 가창력으로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구사하는 국민 가수다. 시사도 비슷하다. 시사는 오페라, 팝, 가스펠, 일렉트로니카 등 소화 못 하는 장르가 없는 가수다. 마타하리 역시 시사와 제작진이 오래전부터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활용하는 뮤지컬을 만들자"며 준비한 끝에 결실을 맺은 작품이다. 마타하리의 음악을 맡은 작곡가 르보미르 호르낙은 "시사는 작곡가가 구상하는 모든 노래를 부를 수 있는 가수다. 선과 악, 행복과 불행을 모두 접하는 마타하리 역에 딱 들어맞았다"고 밝혔다.
이번 딤프에서 시사는 가창력으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딤프 개막식과 폐막식(딤프 어워즈)에서 부른 곡 '시바 시바'(Shiva Shiva)가 그랬다. 특히 폐막식 무대에서는 여우주연상을 받은 직후에 불러서인지 몰라도 더욱 잘 불렀다. 노래 후반부 시사의 현란한 고음 기교가 매력적인 이 곡은 마타하리 공연 중 시사가 노랫말 일부를 한국어로 개사해 불러 또한 관심을 모았다.
◆고려인 유명 시인이 쓴 극본에 무대 세트는 한국과 합작
몬테크리스토도 이번 딤프에서 남우주연상(에드몬드 단테스 역의 이고르 발랄라예프), 공동 여우주연상(메르세데스 역의 발레리야 란스까야), 남우조연상(페르난드 역의 막심 노리코프)을 휩쓸며 연기'노래'안무 모두 출중한 러시아 배우들의 저력을 자랑했다.
여기에는 또 한 명 주목할 사람이 있다. 극본과 뮤지컬 넘버 작사를 맡은 '율리 김'이다. 한국 나이로 77세.
그는 러시아 한인 3세로 러시아 음유시가의 1세대이자 4대 음유시인이며, 극작가로도 잘 알려져 있다. 현재까지 500여 편 이상의 시와 30편 이상의 극본을 발표했다. 몬테크리스토의 프로듀서 블라디미르 타르타코프스키는 "율리 김이 이번에 함께 한국에 오지는 못했지만 제작에 큰 역할을 맡은 작품을 고국에 전하게 됐다며 감동스럽게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몬테크리스토는 무대 세트로도 뮤지컬 관계자들의 입에 연일 오르내렸다. 곡선형의 길쭉한 5개 구조물은 각 구조물의 4개 면 중 3개 면이 각각 이야기 속 배, 감옥, 저택을 나타낸다. 그래서 구조물을 90도씩 회전시키기만 하면 이야기의 배경이 빠르게 전환된다.
이러한 창의성과 효율성을 함께 갖춘 무대 세트는 공연 속 숨은 볼거리가 됐다. 이 구조물들은 딤프 어워즈의 행사 세트로도 쓰였다.
몬테크리스토의 무대 세트는 원래 모스크바에서 대구로 공수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비용이 너무 많이 들 것으로 예상됐고, 차라리 비슷한 비용을 들여 한국 제작진이 만들기로 결정했다. 몬테크리스토 제작진은 처음에는 별 기대를 하지 않았지만, 나중에 높은 완성도를 확인하고는 감탄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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