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청송군청에 한 통의 항의전화가 걸려왔다. 집 안에 쌓인 쓰레기를 치우지 않아 냄새가 이웃집 담을 넘는데도 집주인은 '나 몰라라' 한다는 민원전화였다. 민원을 해결하기 위해 해당 가구를 방문한 청송군 주민생활지원과 박신영 희망복지지원단 담당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대문이 없는 집 안에 들어서는 순간, 악취가 코를 찔렀다. 마당에 풀어놓은 개는 오랫동안 씻지 않은 듯 더러웠고, 갈비뼈가 앙상할 정도로 말라있었다. 가스와 전기는 끊긴 지 오래였고, 방안은 사람이 살 수 있을지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주인 계십니까?" 공무원이 마당에서 부르자 방안에서 허름한 행색의 조모(48) 씨와 딸(32), 외손자(3)가 함께 나왔다. 조 씨의 얼굴은 40대 여성이라 보기 힘들 정도로 얼굴이 검었고 주름이 늘어져 있었다. 색이 바랜 티셔츠와 무릎에 구멍이 난 바지는 마치 거리를 떠도는 노숙인 같았다. 조 씨를 따라나온 딸과 외손자도 행색은 비슷했다. 세 살 난 아이의 볼에는 검은 땟자국이 있을 정도로 지저분했다.
조 씨의 삶은 처참하기 그지없었다. 조 씨는 열여섯 살에 낳은 딸과 손자를 데리고 이곳저곳을 떠돌다가 올봄 주인이 떠난 이 집에 눌러 살게 됐다. 변변한 기술이나 재주가 없는 조 씨는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봄부터 추운 강물에 들어가 다슬기를 잡아 팔았다. 날씨가 나쁘거나 물살이 세면 그마저도 못하고 배를 곯았다. 당장 하루 끼니를 해결하기도 어렵다 보니 자연스럽게 씻지도, 치우지도 않으며 살았다는 것이다.
박 씨는 "도저히 사람이 살 수 없을 것 같은 공간에서 생활하고 있었다"면서 "이들에게 사람의 존엄성을 지키려면 최소한의 생활을 어떻게 유지해야 하는지 알려줘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고 말했다.
조 씨의 사정을 들은 박 씨는 군청으로 돌아와 청송군 희망복지지원단에 도움을 요청했다. 희망복지지원단은 공무원과 사회복지사 등으로 구성된 공공기관 봉사단체다. 인근에서 고속도로 공사를 하던 삼성물산의 재능봉사단도 힘을 보탰다. 며칠 뒤 조 씨의 집을 다시 찾은 이들은 묵은 쓰레기를 치우고 방안에는 장판을 새로 깔았다. 벽을 다시 칠하고 전기 배선 등을 교체하며 구슬땀을 흘렸다. 지원 예산이 한 가구 당 50만원까지인 점을 고려해 철물점을 찾아다니며 사정한 끝에 70만원짜리 대문도 싸게 사서 달았다. 재능봉사단도 고장 난 시설을 모두 교체하고 예전보다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물품까지 지원했다.
봉사단원들이 집을 정리하는 동안 공무원들은 인근 목욕탕에 조 씨 가족을 데려가 묵은 때를 벗겨 냈다. 조 씨는 오랜만에 머리도 손질하고 얼굴도 치장했다. 그제서야 조 씨 가족은 마주 보며 웃었고 봉사단원들에게 연신 고마워했다. 이경우 청송군 희망복지지원단장은 "복지지원단에서 이 집을 자주 찾아 모녀 모두 사회성을 기르는데 끝까지 도움을 줄 것"이라며 "조 씨의 딸도 인근 특산품 공장에 취직을 하게 돼 생계를 유지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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