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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반 읽어주는 남자] 다이나믹듀오 - 7집 럭키넘버스

힙합 음악에 빠진 것은 고등학생 때다. 단순한 리듬과 그 리듬을 타고 노는 랩(rap)에 꽂혔다.

비트(beat)는 힙합 리듬을 가리키는 또 다른 이름. 비트를 연주하는 디제이(dj)와 랩을 하는 래퍼(rapper)의 관계는 마치 판소리의 고수와 명창 같다.

분위기에 맞춰 비트(장단)와 랩(사설)을 변주하며 흥을 돋운다. 래퍼가 즉흥적으로 내뱉는 프리스타일 랩은 판소리 명창의 발림(연기)이나 너름새와 닮았다.

작곡과 보컬을 모두 소화하는 뮤지션을 싱어송라이터라고 한다. 비트 제작과 랩 모두 가능한 힙합 뮤지션을 가리키는 이름은 따로 없으나 그런 뮤지션의 국내 대표 주자는 있다. 다이나믹듀오다.

멤버인 최자와 개코는 2000년대 전후로 한국 힙합계에 등장했다. 케이오디(KOD)와 씨비매스라는 팀을 거쳐 2004년 다이나믹듀오라는 이름으로 1집을 발표했다.

이들처럼 국내에서 10년 넘게 활동하고 있는 힙합 뮤지션은 타이거 제이케이, 리쌍, 가리온 등 손에 꼽을 정도다.

그동안 다이나믹듀오는 다양한 색깔의 음악을 소화하며 음악성을 쌓았다. 재즈'소울'훵크 등 흑인음악의 원류는 물론 포크'일렉트로니카'록 등 흑인음악과 뿌리가 다른 장르도 가져와 자유자재로 힙합화한다.

다이나믹듀오는 아이돌을 제외하고 대중가요 차트 1위를 능히 차지하는 몇 안 되는 뮤지션이다. 이들이 젊은이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비결은 무엇일까. 공감 능력이다. 랩 가사를 보면 요즘 젊은이들을 취재한 '르뽀' 같다. 가장 최근작인 7집 럭키넘버스(2013)에 실린 곡들을 살펴보자.

젊은이들은 사는 게 오르락내리락 미끄럼틀이고, 그래서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거품 적당히 눈 덮인 맥주처럼 살고 싶다고 한다.('거품 안 넘치게 따라 줘' 중) 그러면서도 자연과 문명은 잔인하다가도 아늑하고, 낡은 신발엔 아직 호기심이 가득하다고 한다.('에어플레인 모드' 중) 쉽게 멘붕에 빠지고, 공부와 취업에서 안정된 삶을 찾는데 골몰하지만, 험난한 세상에 도전장을 내미는 모습도 분명 있다. 요즘 청춘들이다.

사실 다이나믹듀오는 모든 세대를 랩에 담을 줄 안다. 키워드는 '가족'이다. 4집(2008) 수록곡 '어머니의 된장국'은 혼자 밥 먹고 사는 30대 회사원과 소주 한 병으로 저녁을 때우는 50대 가장, 서울로 도망쳐 타향살이 하는 20대 철부지의 그리운 어머니, 그리고 엄마표 된장국을 다룬다. 5집(2009)에 실린 '잔돈은 됐어요'는 택시 승객들의 술주정(?)을 랩 소재로 썼다.

술에 취한 젊은이들이 우정, 취업, 돈벌이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으면, 아버지뻘 택시 기사 아저씨는 그저 묵묵히 들어주는 풍경을 그린다.

물론 다이나믹듀오는 잔치가 전문이다. 씨비매스 시절에 불렀던 진짜(2000)를 비롯해 링마벨(1집'2004), 출첵(3집'2007) 등 그들의 히트곡은 늘 관객들을 방방 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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