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유럽연합의 관계/안병억 외 8인 지음/서울대학교 출판문화원 펴냄
미국과 유럽연합(EU)의 역사적 관계와 쟁점을 분석함으로써 양자관계를 전망하고 외교정책의 시사점을 찾아보는 책 '미국과 유럽연합의 관계'가 출간됐다.
미국과 유럽연합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이어진 냉전 속에서 국제정치 질서의 규칙과 규범을 만들어 온 중추 세력이다. 그러나 21세기 들어 냉전붕괴, 중국의 부상, 기후변화, 테러와의 전쟁 등 여러 가지 문제에 직면하면서 미국과 EU는 때로는 분열하고 때로는 협력했다. 냉전 중에 형성되었던 미국과 유럽연합의 관계는 앞으로도 계속 유지될 수 있을까, 아니면 점차 분열하고 악화될 것인가?
미국과 유럽연합은 서로 다른 FTA 정책을 보였고, 기후변화 정책과 안보에서도 큰 입장 차이를 보였다. 그런가 하면 복지국가 모델, 유전자변형식품(GMO) 논쟁에서도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 책은 미국과 유럽연합의 입장 차이를 가져온 제도와 이해관계를 해부한다. 이를 위해 미국과 유럽연합 관계의 큰 틀뿐만 아니라 미국과 프랑스, 미국과 독일, 미국과 영국 등 미국과 EU 주요 3개국과의 관계를 하나씩 짚어본다.
미국과 유럽연합 사이에 통상분쟁은 빈번했으나 기본적인 안보틀은 오랫동안 유지되었다. 소련의 실제적 위협과 서독의 잠재적 위협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2003년 이라크 전쟁으로 양자 간의 관계는 심각한 균열을 보였다. 특히 미국과 프랑스의 관계에서 그런 기운이 짙게 나타났다.
책은 '18세기 말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미국은 평등하고 자유로운 자국의 가치를 우월한 것으로 여겼고, 2차 세계대전 후 이런 가치를 적극 전파하려고 했다. 프랑스 역시 프랑스의 혁명이 내세웠던 자유와 평등, 박애의 가치가 인류의 공통 가치라 여기고 이를 확산하려 했다'고 말한다. 양국이 저마다 우월하다고 믿는 가치를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미국은 유럽연합을 통해 미국의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하고, 프랑스는 미국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유럽의 자율적인 외교와 국방정책을 강화하려는 입장을 취하게 됐다는 것이다.
위의 이야기는 냉전 이후 지금까지 미국과 유럽연합이 이인삼각 경기를 펼쳐온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21세기 중국의 부상에 미국과 유럽연합으로 대표되는 '서구'는 공동 대응할 수 있을까?
이 책은 중국의 급속한 부상이 미국과 유럽연합의 대서양무역투자동반자협정(TTIP) 협상을 개시하는 촉진제가 되었다고 말한다. 아직 공동대응의 움직임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양자가 중국의 부상에 공동 대응할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책은 이처럼 '서방 세계'와 '중국'의 거대한 변환시기에 우리나라는 한미, 한중 양자 관계를 공고히 하면서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과 지역주의 확대를 위해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한다. 상대가 양자 간 혹은 다자 간, 지역 간으로 뭉쳐 세계정치 질서를 주도할 때, 우리 역시 그에 못지않은 국제관계를 형성해야만 종속변수로 전락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제1부 '미국과 주요 회원국과의 관계', 제2부 '미국과 EU의 쟁점'. 제3부 '미국-EU 관계의 전망' 등으로 구성돼 있다.
367쪽, 3만5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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