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IT게임업의 중심지는 누가 뭐래도 수도권이다. IT인재와 투자자들이 이곳에 몰린다.'한국판 실리콘밸리'로 떠오르는 경기도 성남시의 판교테크노밸리. 66만㎡ 부지에 870여 개 IT 관련 중'소'대기업들이 입주해 있다. 넥슨과 엔씨소프트, 안랩과 카카오 등 업계 대표기업 본사도 들어서 있다. 이들의 연매출을 다 합하면 54조원에 이른다. 수도권에는 국내 IT게임업체의 80% 이상이 몰려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게임개발을 하려면 서울로 갈 수밖에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구에 둥지 튼 수도권 IT 기업들
이런 가운데 거꾸로 '대구행(行)'을 택한 게임 업체들이 있다. 대구시가 대구무역회관에 마련한 모바일게임기업 공간에 이달 말 입주하는 네오스웰, 제노아이, 디이씨코리아, 두나소프트 등 수도권 게임 기업 4곳이다. 이들은 사무실 임대료 전액과 관리비 50%를 최장 4년간 지원받고, 해외 판로 개척 지원 등 다양한 혜택을 제공받는다.
"수도권 게임 업계는 이미 과포화 상황입니다. 예전처럼 중소기업들이 성공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죠."
두나소프트 이현직(35) 대표는 새로운 기회를 찾아 대구로 내려왔다고 했다. 대구 출신인 이 대표는 작년 9월 서울 구로디지털단지에서 창업, 조만간 카카오톡용 모바일 게임 출시를 앞두고 있다.
대구스마트벤처창업학교 1기 졸업생이기도 한 그는 대구시의 각별한 지원이 대구행의 계기가 됐다고 했다. 이 대표는 "서울에선 게임지원이 있어도 그 내용을 제한한다든지 하는 제약이 많습니다. 또 게임을 만드는데 서울이든 대구든 상관이 없기도 하고요"라고 했다.
국내 게임업계는 수년 새 온라인게임에서 모바일게임으로 급격한 위치이동을 했다. 중국산 저가 온라인게임들이 진출하면서 한때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했던 국내 온라인게임 개발생태계는 붕괴 위기에 직면했다.
이후 모바일 게임시장이 급부상했지만, 일반 휴대전화(피처폰)에서 스마트폰이 대세가 되면서 모바일 게임시장은 또 한 번 요동쳤다. 대형 게임업체들의 대작 롤플레잉게임(RPG)들이 점령하다시피 하면서 중소 게임개발사들은 설 자리를 점점 잃게 된 것이다.
경기도 판교에 업체를 둔 네오스웰 최일곤(52) 대표는 "현재 모바일게임 시장은 퍼블리셔(배급사) 위주이다 보니 작은 업체는 성공하기 힘든 구조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자체보다 넥슨 같은 대기업들로부터 더 많은 투자와 지원을 받을 수 있지만, 중소업체 입장에선 자칫 대기업에 '종속'되는 관계에 놓일 수 있다. 우리의 독자적인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같은 판교에서 활동 중인 제노아이 오철우(43) 부사장은 인력수급에서 대구가 더 유리한 면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판교에선 중소 게임업체 인력들이 더 나은 대우를 찾아 대기업으로 속속 스카우트돼 버려요. 대구에는 대학이 많고 좋은 게임개발 인력들이 많다고 들어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지역에서 게임기업 키우려면
모바일 게임업체 운영자들은 대구시의 더 적극적인 투자를 요청했다. 디이씨코리아의 곽준영(41) 대표는 "이제 모바일게임 시장은 더이상 지방(로컬'Local)이 아니라 글로벌 수준과 기준을 목표로 해야 한다. 모바일 앱 게임들은 구글 등을 통해 개발과 동시에 세계 시장에 선보이기 때문이다"며 "지자체가 게임산업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나라 밖'과도 경쟁해야 한다. 최근 국내 게임개발 업체들은 더 나은 사업 환경을 찾아 중국 상해와 독일 룩셈부르크 등지로 떠나고 있다. 중국 상해 경우 한국 게임업체 유치를 위해 대규모 땅과 세금 혜택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최 대표는 "대구시가 게임을 간판산업으로 키우려면 더 적극적인 투자가 필요하다"며 "특히 대구는 업체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해외 판로 개척 면에서 차별화된 계획들을 제시하고 있어 업체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갖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대구시는 올 연말까지 기존 스마트벤처창업학교에 입주한 기업 5곳을 포함해 20개 게임 강소기업을 올 연말까지 대구모바일게임센터에 입주시킨다는 계획이다. 대구디지털산업진흥원이 운영하는 대구모바일게임센터는 대구스마트벤처창업학교와 대구무역회관 2곳에 게임집적 시설을 구축'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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