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차르트에게는 클라리넷을 위한 두 개의 명곡이 있다. 바로 '클라리넷 5중주곡'(K581)과 '클라리넷 협주곡' (K622)이다. 자신의 친한 친구이자 클라리넷 연주자였던 안톤 슈타들러 (Anton Paul Stadler'1753~1812)를 위해 작곡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클라리넷의 역사 속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곡이다. 그중 '클라리넷 협주곡'은 영화 '아웃 오브 아프리카'에서 아름다운 영상과 어우러져 대중에게 알려졌다.
오늘 소개할 곡은 '클라리넷 5중주곡'이다. 1789년 모차르트가 33세 때 작곡한 작품으로 현악 사중주(두 대의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에 클라리넷이 더해졌다. 클라리넷의 매력을 느끼기에 좋은 곡이다. 바이올린이나 첼로 같은 현악기가 공기를 파고들고 진동시키며 가슴 깊이 떨림을 일으킨다면, 클라리넷은 그 자체가 마치 가볍고 부드러운 공기와 같은 느낌이다. 공간을 찢거나 움직인다기보다 우리의 귀를 편안히 적시는 듯하다. 오늘은 베니 굿맨(Benny Goodman'1909~1986)과 자비네 마이어(Sabine Meyer'1959~) 두 연주자의 녹음을 들어본다. 재주 연주자인 베니 굿맨은 클래식에까지 손을 뻗친 인물로 클라리넷 연주의 전설이다. 여러 그룹과 협연했지만, 부다페스트 콰르텟과 함께 연주한 곡은 특히 그의 자유로운 재즈 영혼이 두드러진다. 그의 연주는 가볍고 경쾌하며 거침이 없다. 정박에서 가끔 벗어나지만 휘청거림이 아닌 흥을 제대로 탄 선율로 시원하게 다가온다. 예민한 리듬감과 자유로운 연주, 특히 저음역에서 독특한 선율은 재즈의 스윙을 이해하는 연주자만 보여줄 수 있는 그의 매력이다. 함께하는 연주자들은 기교 섞인 연주 대신 단순하고 담백한 음률을 만들어낸다. 클라리넷이 가볍게 솟아 오르는 가운데 두 대의 바이올린이 종종거리며 클라리넷의 선율을 따라간다.
다음은 자비네 마이어와 하겐 콰르텟의 연주다. 자비네 마이어의 연주는 베니 굿맨과는 굉장히 다르다. 그녀의 음색은 화려하고 우아하며 음 하나하나를 놓치지 않고 붙잡아 풍부하게 해석한다. 잘 다듬어진 정통 클라리넷 연주의 표본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듯하다. 길게 늘어났다가, 쾌활하게 내달리기도 하며 클라리넷 음색의 아름다움을 한껏 펼쳐보인다.
베니 굿맨의 종횡무진과는 다른, 곧고 우아한 여인의 걸음새를 보는 듯하다. 또한 놀라운 것은 기대 이상으로 화려하고 완벽한 하겐 콰르텟의 연주다. 어느 부분들은 클라리넷을 따르는 느낌이 아니라 바이올린 5중주처럼 느껴질 정도다. 실제로 하겐 콰르텟은 1981년 오스트리아 하겐 가문의 자녀들이 창단했으며 지금까지 25년 가까이 같은 멤버로 호흡을 맞추고 있는 이름난 팀이다. 그들의 앙상블을 듣는 즐거움도 느낄 수 있는 곡이다. 클래식을 듣다보면 현악기와 피아노 위주의 감상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지금까지 소개한 곡 또한 다소 그런 곡들에 치우쳐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관악기 또한 자신만의 뚜렷한 매력이 있다. 무더운 여름, 클라리넷의 음색을 고스란히 담은 5중주를 들으며 평온함과 싱그러움에 빠져 보는 것은 어떨까.
신동애(오디오 동호회'하이파이클럽'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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