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도예의 현대화' 변승훈 작품전, 갤러리청담에서

9월21일까지…울퉁불퉁 달항아리, 쭈글쭈글 어머니를 닮았구나

변승훈 작
변승훈 작

실험적인 작업으로 도예의 현대화를 추구하는 작가 변승훈 작품전이 9월 21일(일)까지 갤러리청담에서 열린다.

변 작가는 홍익대에서 섬유미술을 전공했다. 하지만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 끝에 서울에 있는 화실을 정리하고 경기도 광주로 내려가 도자기를 배우기 시작했다. 변 작가는 3년 동안 백자'분청사기'청자'옹기'토기가마 등을 전전하며 자신의 몸에 잠자고 있던 흙에 대한 본능을 일깨웠다. 1988년 첫 도예 개인전을 연 그는 이듬해부터 2000년까지 분청사기 작업에 전념하며 전통을 자신의 것으로 재창조하는 시간을 보냈다. 또 그는 도자벽화에 심취해 미술관, 성당, 교회, 사찰 등에서 분청사기 기법을 현대적으로 응용한 부조작업을 실시했으며 2002년 이후에는 벽화에서 터득한 여러 기법을 바탕으로 남대문을 형상화한 설치작품 등을 만들어 전시회도 가졌다. 변 작가는 "도예는 실용적인 생활자기일 뿐 아니라 특화된 기법과 소재를 갖고 있어 훌륭한 설치미술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를 반영하듯 최근 미술시장에서 도예가 현대미술의 주요 장르로 재평가되고 있다. 이러한 도예의 재발견은 도예가 생활자기를 넘어 조각품으로 진화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The moon in my life'라는 부제가 붙은 이번 전시에서도 이러한 트렌드를 엿볼 수 있다.

보통 분청사기라 하면 그릇이나 화병을 떠올린다. 하지만 변 작가는 이번 전시에 달항아리와 생활그릇뿐 아니라 분청사기 기법을 전용해 평면적 회화 형태로 구워낸 작품부터 설치작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작품을 출품했다. 이는 전통적인 규범에서 벗어나 현대적 도예의 개념으로 확대되어 가는 트렌드와 일맥상통한다.

분청사기는 흙의 종류, 화장토를 입히는 방법, 가마의 온도, 땔감의 종류, 땔감을 때는 방식 등에 따라 다양한 차이를 보인다. 변 작가는 자연미를 살려 투박하게 구워낸다. 이에 따라 그의 작품에서는 자연성이 돋보인다. 달항아리와 생활그릇은 매끈한 모양새 대신 울퉁불퉁한 외형을 갖고 있다. 또 귀얄붓으로 도자기 표면을 아무렇게나 빗겨 내린 듯한 무늬와 쭈글쭈글하게 갈라진 표면은 자연의 보이지 않는 힘을 상징한다. 김성락 갤러리청담 대표는 "변 작가는 윤광조 선생과 더불어 한국을 대표하는 분청사기 도예가다. 대구권에서는 처음으로 변 작가의 작품을 선보이는 이번 기획전은 분청사기에 대한 일반적인 인식을 깨고 실험적이며 탈장르적인 현대 도예의 진수를 엿볼 수 있는 기회"라고 설명했다. 054)371-2111.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