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합천 구제역 의성과 99% 일치

농장주들 우편물도 거부…사료도 직접 수령 '비상'

의성, 고령에 이어 세 번째로 구제역 확진 판정이 내려진 합천에서는 민간인, 경찰, 공무원 등 500여 명이 동원돼 긴급 예방접종과 방역활동에 총력을 기울였다.

합천군 적중면 누하리 농장의 돼지 가검물 검사결과 7일 양성 판정이 나온 지 4일이 지난 현재 구제역 발생 농장과 길을 사이에 둔 양돈농장 2곳은 비상 상태다. 이들 3곳 농장에서 모두 5천79마리(구제역 발생농가 사육 1천500마리 포함)를 키우고 있다.

10m 남짓한 가까운 거리에 있지만 다행히 이곳 돼지들에는 아직 의심 증상이 나타나지 않고 있으며, 돈사와 관리사에 자물쇠를 단단히 채우고 방역에 집중하고 있다. 한우축사는 50마리 이상 사육하는 농가가 12곳, 50마리 미만 사육은 105곳에 이른다. 모두 2천912마리의 소를 키우고 있지만 아직 의심증상을 보이는 소는 없다.

적중면과 인접한 초계면의 경우, 3곳 양돈농장에서 1만651마리, 141곳 한우농가에서 2천488마리를 사육하고 있다. 구제역 발생지역에서 4㎞ 이내에 위치한 탓에 이곳 농장주들은 출입구와 도로를 폐쇄한 채 행여 구제역이 확산될 새라 하루하루 긴장 속에서 지내고 있다.

한 농장주는 가축을 지키기 위한 자구책으로 방역복 등으로 무장하고 농장에서 500여m 떨어진 곳까지 차량을 몰고 가 사료운반차량이 싣고 온 사료를 옮겼다. 농장주인은 "우리 농장의 돼지는 아직 건강하고 사료도 잘 먹는다. 제발 구제역이 퍼지지 않게 해달라"고 당부했다.

다른 농장주는 구제역 확산을 우려해 우체부가 갖고 온 우편물도 받지 않았다. 우편물을 전달하려던 우체부는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농장주가 '우체국에서 보관하고 있으면 구제역이 지나간 뒤 찾으러 가겠다'라며 아예 우편물 전달 자체를 막았다"고 했다.

한편 농림축산식품부는 6일 합천군 적중면에서 발생한 구제역 바이러스를 분석한 결과 지난달 23일 최초로 구제역이 발생했던 의성 농장의 바이러스와 지역형이 동일한 동남아시아(SEA)형이고 유전자 염기서열은 99.53% 일치했다고 9일 밝혔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유전자형이 상당히 유사하지만 다른 바이러스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의성에서 합천으로 바이러스가 전파됐다고 보기에는 시기적으로 맞지 않는 부분이 있어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했다.

방역 당국은 그간 발생한 구제역 바이러스의 염기서열 분석, 발생농장에 대한 역학조사, 주변국에서 발생한 구제역 바이러스 유전자 분석 등을 토대로 역학관계를 규명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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