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군, '가혹행위 은폐하면 더 큰일'이라는 인식해야

윤 일병 폭행 사망 사건에 대한 국민적 분노가 삭지 않고 있다. 자식을 군에 보내야 하는 부모들로서는 과연 내 자식을 군에 보내야 하는지 불안하고. 자식을 군에 보낸 부모들은 내 자식이 잘 있는지 의심하고 있다. 이 모든 분노와 불신은 폐쇄된 병영 문화를 고집하고 있는 군이 자초한 일이다.

윤 일병 사건은 곪을 대로 곪은 군 내부의 상처가 터진 대표적 사례다. 이 사건 전에 이미 얼마나 많은 윤 일병 사건이 있었을지 국민들은 알 수 없다. 다만 "이건 군대에서 벌어지는 내용 중에 일상"이라는 대통령 소속 의문사 진상규명위원회 전 조사관의 증언을 심각하게 받아들인다. 수백 명의 사망 사고 피해 유족을 만나 증언을 들었던 이 조사관은 구체적인 내용을 보면 윤 일병 사건이 특별한 케이스가 아니라고 했다. 실제로 지금 이 순간에도 군에서 자식을 잃은 수백 명의 부모들이 자식이 죽은 진짜 이유를 찾기 위해 활동하고 있다.

치부를 드러냈으니 이번에야말로 그릇된 병영 문화를 확 뜯어고칠 기회다. 더 이상의 윤 일병 사건은 막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크게 두 가지가 필요하다. 먼저 군 내 반인권적 사태가 발생했을 때 숨기려 한 지휘관에 대해서는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강력히 처벌해야 한다. 드러냈을 때보다 숨겼을 때의 처벌이 훨씬 무거워야 사건을 숨기려는 악습을 뿌리 뽑을 수 있다. 지휘관이 쉬쉬하다 적발되면 결코 무사할 수 없다는 인식을 갖게 해야 한다.

다음으로 군 내 폭력 사태나 가혹행위가 발생할 경우 이를 어떻게든 내'외부에 알릴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군사기밀'이니, '명령 체계 준수'니 하는 이유로 명백한 불법 행위를 숨길 수는 없다. 당장은 숨길 수 있어도 언젠가는 들통난다는 사실이 확인돼야 군내 가혹행위나 이를 은폐하려는 시도를 뿌리 뽑을 수 있다.

군내 가혹행위는 범죄행위일 따름이다. 군의 생명인 전우애를 없애 유사시 전투력을 좀먹는 요인이다. 군 수뇌부부터 이를 방조'은폐하는 자체가 범죄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모든 지휘관들이 군내 폭력 및 가혹행위는 군과 국가, 국민을 위해 공개하는 것이 차라리 낫다는 인식이 들도록 법적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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