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불합리한 기업 지방 이전 정책, 빨리 개선을

기업의 지방 이전이 수도권과 가까운 충청'강원권에 집중되면서 대구경북으로의 기업 이전은 사실상 어려워지고 있다. 최근 10년간 지방으로 옮겨간 수도권 기업은 충청 196개, 강원 85개 등 모두 281개로 3천억 원이 넘는 국비 보조금을 지원받은 반면 대구경북은 90개, 679억 원의 보조금을 받는 데 그쳤다. 지역 균형발전을 취지로 한 기업 지방 이전의 의미가 불합리한 규정 탓에 갈수록 퇴색하고 왜곡 현상마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지난 2004년부터 수도권 기업이 지방으로 이전하거나 신'증설할 경우 지자체가 기업에 주는 보조금의 일정 비율을 국비로 지원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의 '지방 이전 기업의 보조금 지급 현황'에 따르면 정책 도입 취지와 달리 충남과 충북, 강원 지역에 기업 이전이 몰리면서 수도권과 멀리 떨어진 대구경북 등 지역의 상대적 박탈감이 갈수록 커지는 꼴이다.

게다가 정부가 매년 지방 이전 보조금 비율을 낮추고 지자체의 지원금 비율을 높이면서 재정 형편이 어려운 대구경북의 기업 이전과 유치는 더욱 힘들어지고 있다. 수도권 기업의 지방 이전에 대한 관심과 속도가 날로 줄고 떨어지는 마당에 최근 정부와 정치권 일각에서는 '수도권에 대한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어 그야말로 설상가상이다. 지역 균형발전이라는 명제를 송두리째 흔드는 이 같은 움직임은 지방의 존립마저 위태롭게 하는 심각한 문제다.

이런 쏠림 현상을 해소하려면 정책을 면밀히 재점검해 시급히 개선해야 한다. 수도권과 거리가 먼 지역으로 옮기는 기업에 더 많은 지원금을 주는 게 합리적인 방안이다. 또 지방 보조금 비율을 낮춰 지자체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 그래야 정책의 취지도 살릴 수 있고 지방도 살 수 있다.

그냥 이대로 둔다면 수도권은 갈수록 비대해지는 반면 영'호남 지역은 철저히 소외되는 등 지역 균형발전에 심각한 걸림돌이 될 수 있다. 공기업 지방 이전만으로는 균형발전이라는 과제를 완수할 수 없다. 지방에도 건실한 기업이 골고루 분포돼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지방의 발전이 곧 국가 경쟁력의 기초라는 사실을 정부와 정치권은 깊이 새겨듣고 당장 대안 마련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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