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분도가 신진작가를 발굴'육성하기 위해 마련한 '카코포니전'이 18일(월)부터 30일(토)까지 갤러리분도에서 열린다. '카코포니'(Cacophony)는 불협화음을 의미하는 음악용어다. 개성 있는 신진작가들이 한데 어우러져 멋진 화음을 연출하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올해 10회째를 맞이한 카코포니전은 신진작가 등용문으로 자리매김했다. 지난해 신조미술대상을 수상한 박순남을 비롯해 안유진, 장미, 김형철 작가 등이 카코포니전을 통해 이름을 알린 뒤 유망 작가로 성장했다.
올 카코포니전에는 김나경, 김현지, 박수연, 윤소윤, 장보성 등 5명의 작가가 초대돼 자신의 이야기를 펼쳐놓는다.
김나경 작가의 작품은 선으로 이루어져 있다. 제각각의 간격을 가진 점선과 실선이 서로의 영역을 넘나들며 캔버스 전체를 유영하듯 떠다닌다. 작가가 선을 통해 구현하려는 것은 미로다. 미로같이 얽힌 선들은 서로 모여 구체적인 형태를 만든다. 미로와 일상이 공존하는 작품은 인생이 미로같음을 상징한다. 인생은 수수께끼 같은 일들의 연속이기 때문이다. 미로 같은 인생은 작가 자신의 이야기일 수 있다. 이제 막 화단에 발을 내디딘 작가는 앞으로 미로 같은 여정을 헤쳐나가야 한다. 작가의 작품에서 희로애락의 감정을 동시에 읽을 수 있는 이유다.
김현지 작가는 흔적을 주제로 작업을 하고 있다. 작가에게 흔적은 곧 상처다. 어린 시절 수두를 앓은 뒤 남은 몇 개의 흔적은 작가 자신에게 마음의 상처를 남겼다. 그래서 작가는 세월이 할퀴고 지나간 흔적을 작업에 응용한다. 작가는 컴퓨터의 힘을 빌려 기하학적 도형과 다채로운 문양으로 상처 입은 얼굴을 가린다. 이는 흔적 지우기이자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이다.
박수연 작가의 작품에는 자연이 등장한다. 흑백사진처럼 빛이 바랜 바탕과 검은 먹빛 같은 풍경의 조합은 칠흑같이 어두운 밤처럼 매혹적인 느낌을 전한다. 그렸다는 표현보다 물들어 있다는 말이 더 어울리는 풍경은 그녀가 꿈꾸던 유토피아를 상징한다. 산과 들, 별과 달, 비와 눈이 나란히 등장하는 풍경은 고요하고 깊은 느낌을 연출한다. 작가는 스스로 창조한 공간에 콜라주 형식의 글 또는 기구에 매달린 바구니 같은 것을 흔적으로 남기며 유토피아로 떠난 자신의 여정을 관람객들에게 보여준다.
윤소윤 작가는 현대사회를 이야기할 때 공식처럼 등장하는 강자와 약자를 화두로 삼았다. 작가의 작품에는 강자와 약자가 함께 등장한다. 잭팟을 터트린 게임 배경에는 아프리카 대평원을 달리고 있는 듯한 표범이 등장한다. 반면 얼굴을 보여주기 싫은 듯 방독면을 쓰고 있는 소녀는 벌거벗은 몸을 양팔로 감싸며 잔뜩 웅크리고 있다. 강자와 약자의 구도가 대립적으로 나타나는 까닭에 작가의 작품은 약육강식의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관람객들에게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준다.
장보성 작가는 작품을 통해 사물에 대한 기억을 재현한다. 작가는 사물의 이미지를 기억에 새기고 이를 다시 끄집어내는 과정을 반복한다. 이렇게 진행된 작업들은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붓놀림을 통해 화면에 나타난다. 캔버스 위를 스치고 지나가는 붓질은 무채색과 결합해 몽환적인 이미지를 연출한다. 적막한 공간에 자리 잡고 있는 사물은 작고 하찮은 것이지만 누군가에는 크고 중요한 것일 수 있다.
잊을 만하면 불쑥불쑥 제기되는 것이 회화 종말론이다. 회화의 위기는 수행하듯 평면 작업에 몰두하는 작가들을 구식으로 치부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미술시장 침체는 발돋움을 시작하려는 신진작가들을 한 치 앞도 볼 수 없는 어둠 속으로 몰아간다.
이번 전시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꿋꿋이 자신의 길을 걸어가며 미래를 바꾸어 보려는 신진작가들의 열정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가진다. 053)426-5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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