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SNS를 통해 '내 고양이'와 맘 편히 자신의 속내를 터놓을 '친구들'만 곁에 있다면, 결혼하지 않고 쭉 이렇게 반려묘들과 함께 사는 게 더 좋은 것 같다며 이야기하던 지인이 있었다. 그 생각에 내가 전적으로 동의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나 역시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미혼이기에,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였다. 사실, 체셔와 앨리샤와 함께 살기 시작한 이후에 여러 번 '고양이'와 '결혼'에 관련된 질문을 들어본 적도 있었다. 종종 친구들이나 다른 사람들을 만났을 때, 상대방이 우리 집에 고양이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나중에 결혼하면 고양이들은 어떻게 할 거야?' 또는 '네가 임신 또는 출산을 하게 되면 고양이는 어떻게 할 거야?' 등의 질문을 하곤 했다. 물론 그럴 때마다 내 대답은 하나였다. '당연히 같이 살아야지'라고. 내가 책임져야 할 내 식구이기에 쭉 같이 사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고, 어릴 때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게 내 꿈이었던 만큼, 반려묘가 집에 있음으로써 내 자식들이 더 다양한 경험을 하며 잘 커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처음에 그 질문을 들었을 땐 조금 당혹스럽기도 했었다. 내게는 너무나 당연한 부분이라서 그 이외에는 별다른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러 차례 반복되는 질문들로 인해 이 둘의 상관관계에 대해 좀 더 생각해보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질문을 하는 사람 중엔 내 생각에 동의를 해 주는 이들도 있었지만 때로는 '고양이를 왜 키우나?'는 어투로 내 생각을 전혀 이해 못 하겠다는 사람도 있었고, 또 주위에서 전해져 오는 명확하지 않은 편견이나 오해들로 인해 무조건 아기에게 동물은 해롭다는 견해를 펼치는 사람을 만나기도 했다. 이렇게 주변 상황을 직접 듣고 보고 겪어 보니, 반려동물과 함께 새로운 가족을 만난다는 것은 내가 생각했던 것처럼 명확하고 순탄하게만 흘러가는 이야기가 아님을 알게 되었다. 게다가 결혼하면서 어른들이 반대한다는 이유로 수년간 함께해온 반려동물을 보내는 사람들부터 시작해 결혼 후 정말 피치 못한 상황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자신의 반려동물을 포기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았다. 가까운 지인 중에서도 결혼 후 배우자의 극심한 알레르기 때문에 결국 자신의 반려묘를 입양 보낼 수밖에 없게 된 경우도 있었다. 이렇게 서로 이유가 다르고 내가 직접 겪은 일도 아니었지만 이런 이야기들을 들을 때마다 반려묘와 함께 사는 입장에서는 썩 마음이 좋지 않았다.
사실 내게는-혹은 나와 생각을 같이하는 또 다른 누군가에게-반려(伴侶)동물의 존재란 평생을 같이 반려하는 '배우자'만큼 소중한 생명체이다. 이들은 반려인에게, 또는 누군가에게 무엇인가 도움이 되고 있다는 정신적 위안과 동시에 자신이 의무감을 지니고 살펴야 할 대상이 있다는 책임감을 가지게 해 준다. 게다가 자신의 반려인에게 항상 거짓 없는 믿음과 애정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예전에 들었던 '자기를 좋아하는 사람도, 필요로 하는 사람도 없다고 느낄 때 오는 고독감은 가난 중의 가난이다'라는 마더 테레사의 명언을 떠올려 생각해 보면, 이렇게 사람이 살아가며 느끼게 되는 외로움이나 깊이 모를 고독감에 빠져 슬프거나 힘들어하지 않도록 반려인의 곁에서 반려인을 믿고 의지해 주며, 무한한 애정을 보내는 존재가 바로 반려동물이 아닐까 싶다. 그렇기에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반려동물과 함께할 수 없는 여러 조건들에 힘들어하기보단 그냥 반려동물과 함께 독신으로 사는 게 더 좋다는 다소 격한 말도 할 수 있게 되는 것 같다. 물론 앞서 말했다시피 나의 경우에는 우리 집 체셔와 앨리샤, 우리 가족들이, 그리고 혹시나 앞으로 나타나게 될지도 모르는 나의 새로운 가족들 역시 당연히 체셔와 앨리샤를 가족의 일원으로 받아들여 다 함께 행복하게 사는 것이 나의 희망사항에 좀 더 가깝지만 말이다.
장희정(동물 애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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