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물 불어난 신천 불법 낚시…있으나마나 '과태료 300만원'

끊긴 낚싯줄 곳곳 버려져 야생동물 서식지 위협 심각

대구 신천 생태계가 불법 낚시로 몸살을 앓고 있다.

3일 오후 8시쯤 신천 파동고가교 아래. 10여 명이 주변 바위 곳곳에 앉아 낚시에 집중하고 있었다. 한 낚시꾼은 돌에 낚싯바늘이 걸려 씨름하다 줄이 끊어져 낚싯대를 손보기도 했다. 주민 김모(60) 씨는 "산책하다 보면 바늘이 달린 낚싯줄이 신천에 떠다니는 때도 있다. 일부 낚시꾼들은 취사도구를 가지고 와 현장에서 잡은 피라미를 기름에 튀겨 먹는 광경도 종종 볼 수 있다"고 했다.

주민들은 여름만 되면 용두교에서 파동 고가교에 이르는 신천 구간에서 낚시하는 사람이 많아진다고 했다. 비 온 다음 날 등 물이 불어날 때면 낚싯대 여러 개를 세워두고 고기를 낚는 이들이 넘쳐난다는 것이다.

이 같은 불법 낚시는 신천에 서식하는 야생동물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 신천 일대에는 수달, 황조롱이, 삵 등 멸종위기 야생동물이 대거 서식하고 있다. 대구경북야생동물연합회에 따르면 매년 신천에 버려지는 낚싯줄이나 낚싯바늘로 죽는 동물은 한 해 30마리 이상으로, 대부분 불법 낚시 행위가 극성을 부리는 여름철에 집중된다.

최동학 연합회장은 "신천에 서식하는 백로, 왜가리 등이 낚싯줄에 달린 미끼나 물고기를 먹다가 몸에 줄이 감긴 채 구조되기도 한다. 엑스레이를 찍었을 때 낚싯바늘 3, 4개가 목에 걸려 있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불법 낚시를 막을 수 있는 뾰족한 방법은 없는 상황이다. 단속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12㎞에 달하는 신천 일대를 단속하는 초소는 단 2곳뿐이고 이곳에서 근무하는 공익근무요원은 각 7명이다. 이들의 근무시간도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라 낚시꾼들이 많이 오는 야간 단속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신천은 전 구간이 낚시가 금지된 곳으로 낚시, 취사, 야영 등의 행위를 할 경우 하천법에 따라 과태료가 최대 300만 원까지 부과될 수 있다. 하지만, 신천 일대에서 낚시 행위로 인해 과태료가 부과된 적은 한 번도 없다.

대구시 시설안전관리사업소 관계자는 "낮 동안 낚시꾼들을 단속하면 반발이 심해 다음에는 하지 말라는 식의 계도 위주로 단속이 이뤄지고 있다. 민원이 접수되면 야간이라도 현장 단속에 나간다. 낚시 금지 안내표지판을 다는 등 신천 일대 금지 행위에 대한 단속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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