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추억

산업의 발전으로 국민들의 생활은 편해지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가 다른 선진국들보다 더 산업기술의 발전에 민감하고 빨리 발맞추어 가는 것 같다. 단편적이지만 좋은 예로 새 기능이 탑재된 핸드폰이 출시되면 사람들은 빠른 구매로 발전된 기술의 혜택을 보려 한다. 반면 유럽인들은 하나의 제품을 구매하면 새로운 기능의 다른 제품이 출시되어도 별 반응을 보이지 않고 그 물건이 고장 나거나 망가질 때까지 사용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유럽인들 같다면 과연 산업이 이렇게 발전할 수 있었을까 생각해본다.

얼마 전 한 모임에서 블로그에 올린다며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기 위해 기념촬영 후에 식사를 한 일이 있었다. 인터넷의 발전으로 자기만의 블로그를 만들고 스마트폰으로 자기만의 또 다른 취미 생활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그래서 요즘은 카메라 대신에 스마트폰을 들고 사진 또는 동영상을 촬영하는 것이 우리의 일상이 되었다. 이러다 보니 우리 주변에서 점점 사라지는 것들이 바로 카메라와 필름이다. 대학교 시절 MT를 갈 때면 카메라를 가지고 있는 친구에게 꼭 카메라를 잊지 말고 가지고 오라고 협박(?)을 하며 부탁을 했던 일이 생각난다. 그러나 지금은 스마트폰의 발전으로 카메라와 필름이 필요없는 시대가 되어가고 필름카메라 회사들은 경영난으로 사라지고 있다.

또 예전 유학 시절 용돈을 아껴 공부에 필요한 음반을 사기 위해 중고 음반가게까지 돌며 우리나라에서 구하기 어려운 음반과 DVD를 사고, 새로운 음반들이 출시되면 누구보다 먼저 그 음반들을 들어보고 내가 원하는 음반임을 발견하면 무척이나 기뻐하며 좋아했던 기억이 난다. 나의 유학 시절 유일한 취미생활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인터넷의 발전으로 굳이 음반가게에 가서 음반을 구매할 필요가 없다. 집에서 컴퓨터에 앉아 인터넷으로 세계적인 오케스트라의 공연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얼마나 좋은 세상인가? 그러나 그 이면에는 인터넷의 발전으로 음반 가게들이 사양길로 접어들면서 레코드사라는 간판을 찾아보기 힘들어진 엄연한 현실이 존재한다.

대학 시절 카세트테이프 또는 LP판을 구하기 위해 대구시내 레코드사를 돌아다녔던 추억들이 생각난다. 지금은 그 레코드사들이 모두 사라지고 없다. 그나마 음반가게에 들어가면 클래식 코너는 아주 작게 꾸며져 손님을 맞이하고 있다. 바꿔 말하면 산업의 발전 즉 인터넷의 발전으로 음반시장이 꽁꽁 얼어붙었다는 것이다. 산업화는 우리에게 편함을 가져다줬지만 우리들의 추억의 물건들을 점점 사라지게 만들어 버렸다. 기술의 발달로 새로운 산업이 성장하게 되면 예전에 할 수 없던 많은 일들을 해결할 수는 있게 되지만 추억의 발자취들은 점점 찾기 힘든 아쉬운 세상이 되어가는 것 같다.

김형석<대구영재유스오케스트라 지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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