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은 전염된다. 다른 이가 웃으면 따라 웃게 되고 남이 슬프면 덩달아 슬퍼진다. 인간은 공감(empathy)하는 동물이기 때문이다. 과학자들은 인간의 뇌에 '거울 뉴런'(Mirror neuron)이라는 신경 세포가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거울 뉴런은 다른 개체의 어떤 움직임을 관찰할 때 활성화되는 신경세포를 말한다. 예컨대 A라는 사람이 음식을 먹는 모습을 B라는 사람이 보고 있으면 A의 뇌 속에서 일어나는 세포 반응이 B의 뇌 안에서도 똑같이 일어난다. 타자의 행동을 거울처럼 반영한다고 해서 거울 뉴런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공감 능력이 현격히 떨어지는 사람을 '반사회적 인격장애자'(사이코패스'소시오패스)라고 부른다. 이들은 타인이 겪는 감정을 이해하는 능력이 극단적으로 낮아 나쁜 짓을 저지르고도 가책을 느끼지 못한다. 사이코패스의 극악한 범행도 문제이지만, 반사회적 인격장애자가 권력을 잡으면서 생기는 불행의 단위는 차원을 달리한다. 7천800만 명을 죽음으로 내몬 마오쩌둥과 2천300만 명'1천700만 명을 각각 학살한 스탈린'히틀러를 상대로 공감 능력 검사를 실시했다면 결과는 뻔했을 것이다.
권력자일수록 공감 능력이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캐나다 토론토 대학 신경과학자 팀이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신분이 올라가거나 재산이 불어나면 타인의 행동이나 감정에 대한 민감성을 평가하는 뇌 부위에 변화가 일어난다. 이들에게서는 공감을 느끼도록 도와주는 뉴런의 활동이 느려진다는 것이다. 반면, 스스로 힘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거울 뉴런은 활발하게 움직였다.
역으로, 애시당초 공감 능력이 부족한 이들일수록 권력을 잡거나 부를 형성하기 유리하다는 추론도 해볼 수 있다. 권력을 잡으려면 타인의 아픔 따위는 외면해야 하는 사회 구조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공감 능력이 결여된 권력자들이 만들어 놓은 매트릭스(틀) 안에서 살고 있다. 경쟁 지상주의를 뼛속까지 주입하는 사회 및 교육 환경 속에서 공감 능력은 잉여 감정으로까지 치부되고 있다.
타자와의 교감 능력이 뇌 활동의 결과물인지, 영혼의 깊은 작용인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적어도 공감 능력은 인간을 사회적 존재로 만들었고, 도덕도 공감 능력으로 인해 시작됐다. 우리 사회는 정신적 말기암 증세를 앓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치료약은 하나뿐이다. 공감 능력이 떨어지는 이들을 위한 사회적 교육이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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