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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학 박사 김미애 교수의 부부'가족 상담 이야기] 돈 한 푼 안 쓰는 남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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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남편은 돈 쓰는 일에 인색한 사람입니다. 에어컨을 켤 때도 허락을 받아야 하고 과일 하나 먹을 때도 온 가족이 눈치를 볼 정도입니다. 동전까지도 신주 모시듯 모으기만 하고 지출에는 인색해 가족 모두 고통스럽습니다. 얼마 전, 친정식구가 다녀갔는데 남편은 제가 몰래 양주병이라도 쥐여 보냈을까 눈에 불을 켜고 확인했습니다. 결국 큰 싸움이 났지만 남편은 그때마다 이런 말을 하였습니다. "어릴 때 엄마가 집 떠나면서, 돈 몇 푼을 종이에 돌돌 말아주었는데 그 돈을 엄마 보듯 했고, 돈만 있으면 살 수 있고, 그래선지 지금도 돈을 쓰고 나면 불안하고 화가 나서 견딜 수 없다"고 했습니다. 그런 자기를 이해해 달라고만 하니 아내인 저는 앞으로 어떻게 남편과 살아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솔루션=가정 형편이 넉넉한데도 남편은 지나치게 돈을 아끼고 가족의 기본 생활비 지출마저 제재를 가하니 아내는 마음이 편치 않으리라 봅니다. 게다가 여느 가정 같으면 아이들은 냉장고 문을 자유롭게 여닫으며 과일 한두 알 정도는 마음껏 먹을 수 있는 자유로움이 있을 것이고, 처가족들의 방문 때에도 서로 맛있는 음식을 나누는 인정이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귀하 가정은 간식마저도 남편 눈치를 보며 먹어야 하고 친인척들의 방문에도 혹시나 음식을 축내지 않을까 하는 의심으로 감시당하다시피 하니 온 가족이 답답하고 불만스러웠을 것입니다. 그 결과, 귀하는 이런 남편과 앞으로 어떻게 살까 막막해하며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그럼 남편의 행동을 이해하기 위해서 그분의 고백 내용을 탐색해 봅시다. 남편은 어린 시절 부모님의 이혼으로 어머니 양육을 받지 못하고 헤어져 살아야 했습니다. 어머니 역시 어린 자식을 떼놓고 가는 마음이 불편했을 것입니다. 그래서 어린 아들에게 할 수 있는 최선의 것이 바로, 몇 푼 안 되는 돈을 곱게 접어 종이에 돌돌 말아 쥐여준 것이었군요. 어린 아들은 잡고 싶은 어머니의 치맛자락을 대신해 그 돈을 손에 꼭 쥐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엄마가 떠난 후, 그 돈은 단순한 '돈'이 아닌 엄마에 대한 유일한 기억과 엄마의 사랑이 밴 '엄마를 대신한 상징물'로서 간직하기에 충분한 존재가 되었을 것입니다. 그러기에 남편에게 있어서 돈은 이미 물건을 사고파는 재화(財貨)로서의 화폐가 아니라, 어머니 존재와 그에 대한 자신의 의존 실체로서 의미를 가진 것인지도 모릅니다. 그렇다면 남편은 가족에게 돈 쓰는 것이 아까워 지출하지 않는 게 아니라, 돈이 나가게 되면 어머니 존재와 자기의 의존관계가 무너질 것에 대한 두려움과 환상으로 돈을 쓰지 못하는 것으로도 해석됩니다. 이것은 남편 마음속 깊숙이 자리 잡고 있는 어린 시절의 무의식적 상처의 흔적일 수 있으리라 봅니다.

지금 아내가 하실 일은, 돈을 모아놓고도 쓰지 못하고 오히려 돈 쓸 상황에서 불안해하고 짜증과 화를 내는 남편을 밀어낼 것이 아니라 가엾게 볼 수 있는 따뜻한 눈을 갖는 것입니다. 남편에 대한 아내의 깊이 있는 이해는, 아직도 어머니가 쥐여준 몇 푼의 돈을 어머니 대신 꼭 부여잡고 있는 남편의 환상을 치료하는데 명약이 되어줄 것입니다. 아내가 남편의 상처를 보듬는 치료자가 되어 주세요.

대구과학대 교수 대구복지상담교육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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