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2] 세월의 흔적

비 갠 오후

어릴 적 초가집 마당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통통하게 살이 오른 지렁이~!

70년 세월 먹고 자란

그 지렁이가 지금 내 손등에서

굵은 핏줄이 되어

퍼렇게 꿈틀거린다.

순간 진한 서러움 같은

그 무엇이 아리게

목구멍을 타고 올라옴을

꿀꺽 삼켜버렸다.

흔적없는 삶이 어디 있으랴!

그래도 한 세상

의미있게 사노라면

그 또한

행복인 것을….

이수자 (대구 북구 학정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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