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대가 개교 이래 처음으로 총장 공백 사태를 맞았다. 지역을 대표하는 '지성의 전당'으로서의 경북대 위상과 명예는 끝도 없이 추락했다. 도대체 왜 경북대는 여기까지 왔을까. 학교 내외부에서는 상아탑에 갇힌 교수 사회의 독선과 아집 때문이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대학본부의 독선
경북대 본부는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학교 구성원의 불신을 사고 있다. 애초 본부와 교수회는 이달 5일, 23일 총장 재선정에 전격 합의했다. 어떻게든 총장 공백 사태만큼은 막아보자는 대의(大義)가 있었다.
그러나 재선정을 둘러싼 규정 개정에서 대학본부가 엇나가기 시작했다. 애초 합의 사항을 넘어선 과도한 규정 개정이 교수회와의 새로운 갈등을 부추긴 것이다.
당장 교수회는 13일 성명서를 통해 "본부가 '총장 연임 금지' 규정을 복원하기로 한 합의를 무시하고, '외부위원 추천기관'에 대한 내용 또한 일방적으로 명시했다"며 "무엇보다 본부의 규정 개정안은 교수회 평의회의 기본적인 권한이자, 현실적으로 마지막 남은 권한인 '선관위 구성권'마저 총장이 장악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며 강력 반발했다.
경북대 평교수 150여 명 또한 19일 성명서에서 "이번 재선정 절차는 지난 3월 31일 교수 총투표를 거쳐 제정한 규정에 따라 마무리 지어야 한다"며 "규정을 바꾸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입장을 표명했다.
그럼에도, 본부는 갈등의 불씨를 키우기만 했다. 임기 만료(8월 31일)를 10일 앞둔 21일 함인석 경북대 총장은 자신과 의견 갈등을 빚은 부총장, 교무처장, 기획처장 등 보직 교수 3명의 사표를 수리하고 규정 개정안을 공포했다. 개정안에 근거해 현 총장이 직접 새로운 선관위를 구성할 수 있는 여지를 기어코 남겨 둔 것이다.
이후 본부는 인사위원회에 새로운 부총장 임명 동의안을 상정했지만 위원회가 부결했다. 이로써 다음 달 1일부터 시작하는 총장 직무대행은 다음 순위의 의무 부총장이 맡는다.
본부 관계자는 "개정안 공포에 따라 현 총장이 새로운 선관위를 구성할 수 있는 기한은 이제 하루 남았다.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새 부총장 임명 동의안이 부결되면서 다음 달 1일부터 시작하는 대행 체제가 선관위를 구성할 가능성도 없어 보인다 "며 "결국 오기나 다름없는 개정안 공포가 됐다"고 털어놨다.
◆선관위의 아집
경북대 총장 공백 사태의 원인을 거슬러 올라가면 총장후보자 선정관리위원회(선관위)의 책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 6월 26일 치러진 제18대 총장 선거를 주관한 선관위(위원장 이대우 교수회 의장)는 공대 교수 4명을 총장후보자 추천위원으로 뽑는 바람에 단과대학별 추천위원이 3명을 넘을 수 없다는 규정을 위반했다. 당시 모 후보자가 투표 당일에 이 사실을 선관위원장에게 지적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에 당시 총장후보자 5명은 "선관위의 규정 위반은 중대한 절차상 하자이고 선거 결과에 중대한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며 1, 2순위자 재선정을 요구했다. 본부가 1, 2순위자를 교육부에 추천하면 대통령이 최종 임명한다.
그러나 선관위는 "사소한 절차상의 하자일 뿐 선정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없다"는 입장을 고집했다. 모 후보자의 지적을 '사적 대화' 수준으로 간주했다.
급기야 대학본부가 개입했다. 본부는 지난달 29일 '제18대 총장후보자 선정 과정에 관한 담화문'에서 "법률자문 의뢰를 통해 이번 선정 결과가 선정관리위원회의 중대하고 명백한 실수에 해당한다는 답변을 받았다"며 "관련 규정을 재정비한 후 총장후보자 재선정 절차를 공정하게 진행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또 지난 6월 26일 선거 결과상 1, 2순위자에 대한 교육부 추천을 무기한 보류했다.
이어 지난달 30일 열린 경북대 교수평의회(교수회 대의기구)는 22대 9로 총장 재선정 권고안을 의결했다. 선관위(전체 25명)는 교수평의회 소속 20명과 직원'조교 5명이 참여하는 단체이다. 이로써 재선정은 학교 구성원으로부터 정당성과 명분을 얻었다.
그러나 선관위의 아집이 발목을 잡았다. 평의회 결정을 선관위가 뒤집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이대우 선관위원장은 "교수평의회 권고안은 무겁게 받아들이지만 지금까지 선관위 입장(현재 상황에서는 재선정을 고려하지 않는다)을 유지한다"며 본부와의 갈등에 불을 지폈다.
이에 대해 학교 구성원들은 "당시 선관위원장이 평의회의 결정을 받아들였다면 사태는 조기에 해결될 수 있었다. 구태여 규정 개정 갈등을 겪을 이유가 없었다"며 "대학본부뿐 아니라 선관위 역시 사상 초유의 총장 공백 사태를 초래한 당사자라는 비판을 면치 못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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