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공증 없는 'K2 손배소' 무더기 각하

대구지법 11건 중 7건 일부 법조인 "변호인 불찰"

대구 동구지역 주민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K2 소음피해 손해배상 청구소송'이 무더기로 각하 판결을 받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대구지법 제11민사부(부장판사 이영숙)는 지난 5월 "소음피해로 피해를 봤다"며 대구 동구지역 주민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7건을 각하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원고의 소송 대리인에게 소송위임장에 대해 공증을 받아 제출할 것을 명한 바 있지만, 소송대리인은 이에 대한 조치를 취하지 않아 대리권을 증명하지 못했다"고 각하 이유를 밝혔다.

무더기 각하 판결에 대해 법조계에서는 "변호인이 소송에 필요한 절차를 제대로 이행하지 못해 각하됐다"는 주장과 "재판부가 너무 엄격한 잣대로 소송대리권을 판단해 심판권을 침해했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환경소송 분야의 한 변호사는 "K2 소음피해 손해배상을 두고 여러 변호사가 경쟁하면서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며 "이 때문에 소송을 맡은 변호사는 주민들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았는지 증명할 수 있는 엄격한 법적 절차가 필요한 것"이라고 했다. 또 "소송을 대리할 자격이 없다고 판단한 대구지법의 판결이 항소에도 이어지는 최악의 경우, 자칫 한 사람당 100만~200만원에 달하는 배상금을 못 받게 될 수도 있다"고 했다.

반면 소송대리인들은 "소송위임권을 증명하기 위해 공증을 요구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면서 "다른 재판부와 달리 너무 엄격한 잣대를 들이댄다"고 주장하고 있다.

수만 명의 소송당사자가 공증사무실을 직접 찾아가 돈을 들여 공증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소송대리인에 따르면 K2 소음피해 손해배상 소송은 지난해 8월 대구 동구 주민 2만8천여 명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것이다. 원고가 많아서 11건으로 나눠서 소송을 냈다. 이 중 7건(1만8천여 명)은 각하 판결이 난 반면 4건은 제15'16민사부에서 재판이 진행 중이어서 대조를 보이고 있다.

대구지법 제11민사부는 지난 7월에도 네티즌 1천여 명이 ㈜SK커뮤니케이션즈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각하하기도 했다. 당시 재판부는 "변호인이 제출한 소송 위임장 및 소송 위임 약정 보충서만으로는 변호사가 피해자들로부터 이 사건에 관한 소송대리권을 수여받았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각하 이유를 밝힌 바 있다.

대구지역 법조계 관계자들은 "집단소송의 경우 수많은 당사자가 공증을 받기는 어렵다"면서 "상대방이 다투지 않는 한 소송대리인으로 인정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구지법 관계자는 "재판 당사자들이 많아 실질적인 위임 여부를 확인하기 어려워 공증 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모현철 기자 momo@msnet.co.kr

서광호 기자 kozm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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