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주도해 만든 국회선진화법을 새누리당이 헌법소원을 제기한다. 폭력국회와 날치기라는 오명에서 벗어나고자 여야가 현안을 '협상과 타협'으로 해결하자는 취지였지만 이를 전혀 살리지 못하면서 '없던 법'으로 만들려는 것이다. 부끄러운 한국 정치의 민낯이다.
여야는 세월호 특별법 처리에 발목이 묶여 5월 2일 본회의 이후 4개월 넘게 단 한 건의 법안도 통과시키지 못했다. 민생법안, 경제활성화 법안 처리가 중단됐고, 기 싸움은 가라앉지 않았다. 그러면서 국회선진화법은 국회마비법으로 회자했다. 여야 할 것 없이 운용의 미를 살리려는 의지가 없었다.
주호영 새누리당 정책위원회 의장은 급기야 2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국회선진화법은 제대로 말하면 국회를 무력화하는 법이다. 전문가들의 법률 검토 등을 통해 헌법소원을 제기하고, 이 문제를 (국민에게) 호소하겠다"고 말했다. 또 "국회에서 문제를 해결할 최종적인 기구는 본회의인데 (국회선진화법에 발목 잡혀) 야당의 동의 없이는 지금처럼 한 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새누리당은 지난해 정기국회에서 외국인투자촉진법 등 쟁점법안과 예산, 세법을 심의하는 과정에서도 헌법소원 이야기를 들먹였다. 국회선진화법 개선 태스크포스를 만들어 주 의장을 팀장으로 앉혔다. 최경환 당시 원내대표는 무쟁점 법안만은 신속히 통과하도록 하는 장치를 만들고 여야의 원로회의를 가동해 현안을 조정하자는 국회법 재개정안을 제출했지만 야당이 반대했다.
하지만 자승자박(自繩自縛)을 연출하면서 새누리당에 대한 비판 여론도 적잖다. 국회선진화법은 18대 국회가 한 달도 남지 않은 2012년 5월 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황우여 당시 당대표 등 한나라당(새누리당 전신)이 주도했던 법이다. 여야 어느 쪽도 총선 승리를 확신할 수 없었고 그래서 다수당의 독주를 견제하자는데 이견을 보이지 않았다.
새정치민주연합 법률지원단장인 박범계 국회의원은 "국회선진화법을 헌법재판소에 넘긴다는 것은 19대 국회를 부정하는 것이다. 지난 2년이 넘는 시간 동안 우리가 통과시킨 법들이 위헌적인 방식을 통해 통과됐다고 하는 자기부정"이라고 악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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