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라는 개념을 통해 존재의 의미를 고찰한 권정호(전 대구예총회장) 작품전이 11일(목)부터 27일(토)까지 스페이스 129에서 열린다.
권 작가는 '2014 대구사진비엔날레'에 맞추어 삶과 시간의 문제를 다룬 사진, 영상, 설치 작업 등을 선보인다. 전시는 크게 3m가 넘는 대형 사진 작업과 파도를 통해 시간의 개념을 형상화한 영상 작업, '시간 이동'이라는 제목으로 형상의 변화를 담은 작업, 신문지로 만든 해골 설치 작업 등의 소주제로 구분되어 있다.
3m가 넘는 대형 사진 작업은 존재에 대한 기록이다. 해골을 닮은 오브제는 부재를 의미하는 동시에 삶의 허망함을 상징하기도 한다. 또 해골의 재현은 죽음이라는 두려운 감정을 순화시키는 역할도 한다. 비록 해골의 재현이 죽음을 상징하지만 실제 죽음과는 거리를 두고 있어 관람객들은 부담없이 죽음을 마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영상 작업은 파도의 움직임을 통해 시간의 의미를 담아냈다. 영상 속에는 밀물과 썰물이 반복된다. 하지만 밀물과 썰물은 한 번도 같은 모습을 띠지 않는다. 밀물과 썰물의 영향으로 바닷물은 바위를 넘어와 와류를 일으키며 유동한다. 이 와류도 각기 다른 양상으로 펼쳐진다. 이를 통해 작가는 시간을 분절하고 그 분절된 시간의 모습을 보여준다.
'인간의 시간 이동'이라는 작품은 해골로 변해가는 사람의 얼굴 또는 해골에서 살이 붙어 사람의 얼굴이 되는 과정을 담고 있다. 변화하는 이미지를 통해 작가는 사진이 가진 기본적인 기능인 재현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사진은 기본적으로 대상을 필요로 하는 예술이다. 사진이 가진 사실적 특성으로 인해 관람객들은 사진을 보면서 특정 장소에 특정 대상이 있다고 믿는다. 하지만 특정 대상은 이미 특정 장소에 존재하지 않는다. 설사 존재 한다고 해도 사진 속 모습과 같지 않다. 작가는 "만약 사진을 통해 누군가를 그리워한다는 것은 그리운 존재가 지금 그 자리에 없다는 것을 방증한다"고 말한다.
해골 설치 작업은 존재를 기록(기억)하는 방식을 보여준다. 뼈는 인간의 몸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다. 몸과 함께했던 뼈는 세월이 지나도 남아 있다. 이는 인간이 존재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일종의 기록이다. 이번 전시에서 권 작가는 인간의 조건은 시간 속에서 끊임없이 변하고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켜준다. 053)422-1293.
이경달 기자 sar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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