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삶과 더불어 오랜 내력을 자랑하는 술은 인류문명과 인간사회에 드리운 명암 또한 짙고도 길다. 예로부터 가무음곡에 능했다는 우리 민족은 특히 술을 즐겼으며 또한 술로 인한 실수에 대해서도 더없이 관대했다. 오늘날에도 취중 범행에 대해서는 형량을 감해줄 정도가 아닌가.
그래서 권주가를 비롯해 숱한 시가와 가곡에도 술이 빠지지 않은 것이다. 조선시대 문인 송강 정철은 '한잔 먹세 그려, 또 한잔 먹세 그려, 꽃 꺾어 셈하며 무진무진 먹세 그려…'라며 장진주사(將進酒辭)를 읊었고, 현대시인 박인환의 '목마와 숙녀'에도 '한 잔의 술'과 '쓰러진 술병'이 어김없이 등장한다.
중국도 마찬가지이다. 왕희지는 '술 한 잔에 시 한 수'(一觴一詠)라고 했고, 당나라의 시선(詩仙) 이백은 산중대작(山中對酌) 등 170수에 이르는 주시(酒詩)를 남겼다. 백거이는 '그대에게 권하는 한 잔의 술을 사양하지 말라'(勸君一杯君莫辭)며 '죽은 뒤 한 아름의 황금도 살아생전 한 항아리의 술만 못하다'고 했다. 민중적인 풍모를 지녔던 두보 또한 관복을 저당잡고 외상술을 마시기 일쑤였다.
술은 작용과 부작용의 성질을 함께 지니고 있어 어떻게 마시느냐에 따라 건강과 인생이 좌우될 수도 있다. 그래서 한나라의 역사가 사마천은 사기(史記)에서 '술에는 성공과 실패가 달려 있으니, 엎어지도록 마시지 마라'(酒有成敗而不可泛飮之)고 일깨우고 있다. 만사 지나치면 모자람만 못한(過猶不及) 것이다.
우리 사회가 풍족해지면서 술이 넘쳐나는 데 반해 술 문화에 대한 너그러움은 위축되고 있다. 4성 장군이 만취 추태를 부리다가 불명예스런 낙마를 한 것도 그 한 예이다. 송나라 문인 구양수는 '취옹의 뜻은 술에 있지 않다'(醉翁之意不在酒)며 '술은 수단일 뿐 술에 사로잡혀 본말이 전도되면 안 된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술이란 명약과 독약이라는 엇갈리는 평가 속에 인류의 역사와 함께 해왔다. 11명의 사회학자가 펴낸 '술의 사회학'이란 책에도 이런 말이 나온다. '만약 우리 사회에서 술이 국민적인 우려의 대상이 된다면, 그것은 술의 위기라기보다 우리의 일상적 삶이 위기에 처해 있다는 방증이다.' 그래서 일찍이 명심보감은 '술이 사람을 취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제 스스로 취한다'(酒不醉人人自醉)고 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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