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건축은 삶은 공간의 관계이자 소통, 권력 표현이었다

건축물이 내포하고 있는 주체는 거장들이 표현하는 창의적 언어

1884년 시카고에 지은 10층짜리 빌딩
1884년 시카고에 지은 10층짜리 빌딩 '홈 인슈런스'(왼쪽)와 1889년 지은 파리 '에펠탑'. 두 건축물은 각각 새로운 축조기술과 새로운 건축재료 철의 등장을 알린 상징이 되었다. 이집트 카이로 근교의 쿠푸왕의 피라미드. 권력의 상징이다.

건축을 읽는 7가지 키워드/김혜정 지음/효형출판사

우리는 일생의 대부분을 건축물 안팎에서 생활한다. 여행을 떠나도 대부분 유명한 건축물을 둘러본다. 건축이 그만큼 사람의 생활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고, 사람은 건축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건축이 무엇인지는 잘 모른다.

이 책 '건축을 읽는 7가지 키워드'는 건축에 대한 혹은 건축이 내포하고 있는 주요 주제들에 대한 이야기다.

첫 번째 키워드 '건축이란 무엇인가'는 건축의 본질에 관한 질문으로, 문화를 담는 그릇으로서 건축, 문명의 결정체로서 건축, 건축과 과학, 예술의 상호 영향, 좋은 건축과 나쁜 건축, 21세기 건축의 의미 등에 관한 이야기다.

두 번째 키워드는 '건축의 관계성'에 관한 것으로, 건축이 대지와 사람, 사회와 어떻게 관계를 맺고 있는지, 이런 관계를 만드는 다양한 조건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살펴본다. 건축에 영향을 끼치는 관계로는 사람, 장소, 당시대의 특성, 자연, 재료 등이 있다.

세 번째 키워드는 '소통', 즉 건축이 세상과 이야기를 나누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다. 건축가는 건축언어로 사용자와 소통한다. 따라서 세 번째 키워드에서는 건축언어의 기본 요소들이 갖는 의미, 건축 거장들이 자신의 생각을 전달하기 위해 어떤 창의적 언어표현을 사용했는지 등을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가며 설명한다.

네 번째 키워드는 공간이 구성되는 기본 조건인 '삶과 공간의 관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건축은 그 공간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을 담아 표현하는 작업이다. 따라서 건축물에 어떤 공간을 만들기 전에 '그런 공간'을 필요로 하는 조건들이 있기 마련이다. 가령 도로에서 건축물로 이어지는 계단은 사적인 영역의 시작을 알리는 구역이다. 이 계단에 낯선 사람이 발을 올려놓으면 사적 영역의 침범이 시작되는 셈이다.

전통적으로 우리나라의 마당은 사적인 영역인 동시에 다소간 공적인 영역이기도 했다. 마당에 펴놓은 평상에서 이웃들과 식사를 나누기도 하고, 수다를 떨기도 한다. 셋방이 많았던 산업화 초기시절, 도시의 마당 있는 집의 마당 역시 사적인 영역인 동시에 공적인 영역이었다. 마당에서 주인집과 셋방 사람들은 사적인 영역(각자의 방)을 침범당하지 않고 다양한 사적 이야기를 나누었으며, 빨래를 하고, 요리를 했다. 품팔이 장사꾼은 공적이기도 하고 사적이기도 한 마당에 서서 상품을 팔기도 했다.

다섯 번째 키워드는 '기술과 권력'에 관한 이야기다. 태고부터 건축은 권력을 표현하는 가장 크고 지속성이 강한 기록 수단이었다. 따라서 권력 표현에 대한 욕망은 새로운 건축기술 발달을 촉진하기도 했다. 마찬가지로 과학기술의 발전도 새로운 건축을 태동시켰다. 이 장에서는 과학기술의 발전과 권력표현이 건축을 어떻게 진화시켰는지 역사 속 사례를 들어가며 보여준다. 그런가 하면 피라미드, 중세의 장엄한 수도원 등은 권력의 기록이라고 할 수 있다.

여섯 번째 키워드는 '무의식'이다. 건축가 개인의 정신세계가 건축계에, 그리고 인류의 생활에 미친 영향을 살펴보는 것이다. 20세기 거장 르코르뷔지에, 미스 반데어로에,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의 건축물에 담긴 정신세계를 분석한다.

마지막 키워드는 '건축가' 그 자체다. 건축가라는 전문인들은 어떤 조건을 갖춘 사람들인지 살펴보는 것이다. 부록으로 건축과 과학, 예술이 상호 영향을 끼친 사건을 연대기로 일목요연하게 보여준다. 지은이 김혜정은 명지대학교 건축대학장으로 있다. 304쪽, 1만7천원.

조두진 기자 earf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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