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水公, 취수 문제·터널 공사 상생방안 못 내놔

'물의 도시' 안동에 퍼지는 분쟁 물결

임하호 어민이 그물로 끌어올린 물고기를 보여주고 있다. 어민들은 임하호에는 외래어종인 블루길이나 배스가 서식하지 않는데 안동~임하호가 연결되면 토종어종의 씨가 마를 것이라고 반발했다. 전종훈 기자
임하호 어민이 그물로 끌어올린 물고기를 보여주고 있다. 어민들은 임하호에는 외래어종인 블루길이나 배스가 서식하지 않는데 안동~임하호가 연결되면 토종어종의 씨가 마를 것이라고 반발했다. 전종훈 기자
지난달 13일 안동소방서 앞 낙동강 합류지에서 임하호토종어종보존회(회장 이수섭)와 안동호 어로계(회장 김춘택) 등 단체 회원 40여 명이
지난달 13일 안동소방서 앞 낙동강 합류지에서 임하호토종어종보존회(회장 이수섭)와 안동호 어로계(회장 김춘택) 등 단체 회원 40여 명이 '안동~임하호 연결터널 공사'를 반대하는 집회를 열어 경찰과 충돌했다. 전종훈 기자

안동'임하댐을 보유하면서 우리나라 최고 물의 도시로 자리 잡은 안동지역에서 '물 분쟁'이 빚어지고 있다. 한국수자원공사(K-water)가 '안동-임하호 연결 터널공사'와 '청송 성덕댐 물의 길안천 한밤보 취수'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지역 주민들과 갈등을 빚고 있으며 지역사회의 반발을 사고 있다. 반목의 골이 깊어지고 있지만 안동시와 정치권은 갈등 봉합에 제대로 나서지 못하고 있다. 이러는 사이에 '민'관 갈등'은 '민'민 갈등' 양상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수자원공사 안동권관리단은 이달 12일 안동상공회의소에서 임하호에 대한 어족자원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날 설명회는 '민'민 갈등'의 현장으로 얼룩졌다. 중단된 터널공사를 두고 참석 주민들 간 멱살잡이와 고성이 오가는 볼썽사나운 모습이 불거졌다.

◆지역사회 공분 산 한밤보 취수 계획

국토해양부와 수자원공사는 지난 2006년부터 모두 2천371억원을 들여 길안천 상류인 청송군 안덕면 성재리 일대에 2천800만㎥ 규모의 성덕댐을 건설 중이다. 이 댐은 물을 가뒀다가 영천댐으로 보내 경산과 영천 등 경북 내륙지역에 안정적으로 용수를 공급한다는 목적으로 지어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수자원공사 측은 당초에 세웠던 성덕댐에서 직접 취수한다는 기본계획을 바꿔 하류인 안동시 길안면 대사리 길안천 한밤보에서 취수하는 것으로 변경 고시했는데 이로 인해 물 분쟁이 시작됐다. 이 같은 계획이 알려지자 안동시의회는 '한밤보 취수 반대 촉구 결의안'을 채택하는 등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안동시의회는 시민들을 상대로 '한밤보 취수 반대 촉구 서명 운동'을 벌이는 등 여론몰이에 나서기도 했다.

게다가 '길안 한밤보 취수 저지 안동'임하댐 피해보상 범시민대책위원회'도 건설저지 결의문과 호소문을 발표하고 수자원공사 항의 방문, 취수반대 시민 총궐기대회 개최 등 범시민'사회운동을 전개했다.

이처럼 취수지점 논란이 심해지자 수자원공사 성덕댐건설단은 한밤보 인근 송사리 국유지로 취수시설 설치를 변경 신청했다. 또 길안천 취수대책위원회는 영천댐 도수로가 지나가는 보마다 취수구를 설치해 갈수기 때 길안천에 용수를 공급하고, 성덕댐에서 공급하는 하루 56만t의 용수 중 절반은 길안천 유지에 사용할 것과 취수 때마다 취수위원회의 승인을 받도록 하고, 수자원공사에 길안면 발전기금 등의 지원을 요구해 놓고 있다.

◆시끄러운 안동-임하호 연결터널 공사

수자원공사는 수자원 확보를 이유로 지난 2011년부터 안동호와 임하호를 수로로 연결하는 '안동-임하호 연결터널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두 댐이 수로로 연결되면 안동호에 서식하는 육식성 외래어종이 토종어류만 서식하는 임하호로 유입돼 생태계 교란을 일으킬 수 있다며 주민과 임하호 어민들이 강력히 반발해 공사가 중단된 상태다.

지난해 11월 공동어류조사 결과를 두고도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조사연구팀은 "지정된 조사지점에서는 외래어종이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외래어종인 배스 1마리를 청송군 진보면 합강리 인근에서 육안으로 관찰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공동조사협의회 의장인 이재명 안동대 교수는 "이번 공동조사는 기본합의서(협의회 구성, 조사기간, 조사방법, 조사지점, 조사빈도)에 따라 추진됐는데 상호협의한 조사지점에서 조사(각망, 자망, 투망, 낚시)를 벌인 결과 배스, 블루길이 포획되지 않았다"며 반대 결론을 발표했다.

이후 양측의 갈등은 더욱 깊어졌다. 어민들은 수자원공사 본사를 항의방문하고, 국토해양부 등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이와 함께 안동호 어민들도 "임하호 탁수가 안동호로 유입되면 안동호에서 유일하게 잡히는 빙어가 살지 못한다"며 연결터널 공사 중단시위에 참여하면서 지역사회 문제로 번졌다.

하지만 수자원공사 측은 단독 어류조사를 실시해 "임하호에 배스 서식이 확인됐다"고 발표했다. 수중카메라를 동원한 결과, 배스 치어 수천여 마리와 길이 45㎝가량의 성체 두 마리를 잡았다고 발표했다. 또 이달 12일에는 그동안 조사한 결과에 대해 발표하고, 안동호에 서식 중인 배스 등 외래어종이 연결 도수로를 통해 임하호로 유입되지 않도록 하는 방지대책도 함께 설명했다.

◆갈등해결 뒷전인 안동시'수자원공사 상생협의체

올해 들어 수자원공사는 터널공사 중단 장기화와 한밤보 취수 문제 표류 등 지역사회와의 갈등이 깊어지자 '물의 고장, 안동' 끌어안기에 나섰다. 하지만 '안동-임하호 연결터널 공사'와 '한밤보 취수' 등을 둘러싼 본질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안동시와 수자원공사는 지난 2월 두 기관과 지역경제단체, 주민대표, 학계 등이 참여하는 '안동상생발전협의회'를 구성하고 현안 문제 해결과 다양한 공동발전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상생발전협의회는 지금까지 4차례에 걸쳐 회의를 열고 ▷댐 상류 자연환경보전지역 해제 추진 ▷도산면 유림문학파크 일대 하천점용 허가 ▷도산면 서부리 스토리빌리지 조성 ▷찾아가는 한글배달교실 협조 ▷직거래장터 개설 등 사업을 논의했다. 하지만 터널공사와 취수 문제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대안이나 상생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윤휘식 한국수자원공사 대구경북본부장은 "안동상생발전협의회 구성으로 길안천 한밤보 취수문제와 안동-임하댐 연결 사업에 따른 외래어종 유입 우려 등 갈등을 해결하고 물의 도시 안동다운 발전을 위한 상생 방안이 마련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안동 엄재진 기자 2000jin@msnet.co.kr 전종훈 기자 cjh49@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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