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포스코 근무형태 변경에 상인들 "장사가 안돼"

4조 2교대에 퇴근 후 술자리 기피, 쉬는 날에 여행 원정 쇼핑

'나흘 일하고, 나흘 쉬는' 포스코의 근무 형태(4조 2교대)가 직원들에게는 시간적 여유를 주는 선물이지만, 포항 경제에는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식당, 소매점, 술집 등을 운영하는 소상인들은 생활패턴이 바뀐 포스코 직원들이 예년보다 적게 찾아오면서 매출이 크게 줄었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포스코는 지난 2011년 4조 3교대에서 4조 2교대로 근무제를 바꿨다. 4조 2교대는 4개 근무조를 주'야간(오전 7시 기준) 2개조로 나눠, 하루에 12시간씩 내리 4일 근무하고 4일 쉬는 방식이다. 근무시간이 기존 8시간에서 12시간으로 늘어 총 연간근무시간은 같지만, 휴무일은 103일에서 191일로 크게 늘어난다.

직원들 입장에서는 몰아쉬는 것이 다양한 여가활동을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지만, 지역 상가에서는 쉬는 인력이 지역에 머물지 않고 떠나버리고, 일하는 인력은 그다음 날 근무를 위해 일찍 귀가하기 때문에 불만스럽다.

현재 포스코 근무제에 해당하는 인력은 전체 8천200여 명 가운데 행정'정비 등을 맡은 상주인력(55%)을 제외하고, 설비운전이나 조업관리 등에 투입되는 3천700명(45%)가량이다. 포스코 측은 바뀐 근무제로 인해 근로자의 만족도(조사결과 90% 이상)가 높고, 잦은 교대 등으로 인한 손실을 막아 생산성이 향상됐다고 평가했다.

이 같은 4조 2교대에 대한 포스코 직원들의 만족도는 높지만, 지역 소상인들은 포스코에 대해 원망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포항 대이동'대잠동'상도동 등 포스코 직원들이 많이 찾는 지역의 식당 및 유흥업소와 포항중앙상가 아울렛 업체 상인들은 교대 근무 형태가 바뀐 지 3년 만에 매출이 30~40% 이상 급감했다고 울상지었다.

남구 대잠동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A(49) 씨는 "오후 11시 퇴근해 다음날 오전 7시 출근하는 근무자들은 나흘 연속 일을 하기 때문에 퇴근 후 술자리를 피하고 있다. 매출이 떨어져 폐업한 식당이 많다"고 말했다.

포항중앙상가에서 아웃도어 매장을 운영하는 B(48) 씨는 "일하는 직원들은 쇼핑할 시간이 없고, 쉬는 직원들은 지역에 머무르기보다는 여행이나 대도시로의 원정쇼핑을 선호하고 있어 지역상권이 상당히 위축됐다. 특히 포스코 직원들의 구매력이 큰 매장일수록 운영난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포스코 관계자는 "근무제가 바뀌는 시점과 철강경기 하락세가 맞물리면서 지역경기 위축 원인을 직원들의 근무 형태에서 찾는 소상인들이 많아 고민스럽다. 회사에서는 회식 등 각종 소비성 행사를 독려하고 있지만, 소상인들이 갖는 경제적 박탈감을 해소하기에는 부족함이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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