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웃사랑] 3도 화상 입은 아들 키우는 김장희 씨

"겨우 돌 지난 아이, 화상 자국 보면 가슴 미어져요"

겨우 돌이 지난 김진영 군의 양쪽 볼에는 울긋불긋한 화상 자국이 있다. 가슴에는 3도 화상을 입어 흉터가 평생 진영이를 따라다닐지도 모른다. 진영이 아빠 김장희 씨는 늦게 얻은 아들이 안타까워 매일같이 눈물짓는다. 우태욱 기자 woo@msnet.co.kr
겨우 돌이 지난 김진영 군의 양쪽 볼에는 울긋불긋한 화상 자국이 있다. 가슴에는 3도 화상을 입어 흉터가 평생 진영이를 따라다닐지도 모른다. 진영이 아빠 김장희 씨는 늦게 얻은 아들이 안타까워 매일같이 눈물짓는다. 우태욱 기자 woo@msnet.co.kr

"부모가 장애인에, 가난해도 아이 하나만은 잘 기르고 싶었는데…."

겨우 돌이 지난 김진영(가명'2) 군의 양쪽 볼에는 울긋불긋한 화상 자국이 있다. 얼굴은 그나마 덜한 편이다. 가슴에는 3도 화상을 입어 흉터가 평생 진영이를 따라다닐지도 모른다. 진영이 아빠 김장희(가명'56) 씨는 늦게 얻은 아들이 안타까워 매일같이 눈물짓는다. 장애를 가진 부모 밑에서 마음의 상처를 받지 않고 자라길 바라지만 얼굴과 가슴에 남은 화상 자국을 보면 마음이 미어진다.

"진영이는 내 인생의 유일한 희망이었는데 제대로 지켜주지 못한 것 같아 속상하죠. 병원비도 제대로 감당하지 못하는 부모라서 더욱 미안해요."

◆장애를 가지고 외롭게 살다 만난 부부

진영이 아빠는 어렸을 적 교통사고를 당해 왼쪽 다리에 장애를 입었다. 다리가 불편한데다 초등학교밖에 나오지 못한 아빠는 변변한 직장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 젊은 시절에는 가방 만드는 공장에서 노동자로 일했는데 잠깐 부주의로 오른팔이 절단되는 큰 사고까지 겪었다. 팔을 접합했지만 아빠의 오른손은 기능을 하지 못했다.

"다리가 불편했을 때는 그래도 공장 일자리를 구할 수 있었는데 오른손을 못 쓰게 되니 아예 돈을 벌 수 있는 길이 없어졌죠. 왜 나한테만 이런 일이 일어나는지 억울한 마음도 컸어요."

하지만 아빠는 홀로 살아가기 위해 전국을 돌아다니며 수세미 파는 일을 시작했다. 불편한 몸으로 장사하는 아빠를 보며 수세미를 사주는 손님들이 많았고, 종종 힘내라며 밥값을 건네는 사람들도 있었다.

"힘든 일이야 수도 없이 많았죠. 그래도 도와주시는 분들이 있어서 견디며 살았어요."

홀로 외롭게 살던 아빠는 3년 전쯤 가출한 진영이 엄마를 만났다. 청각장애 1급에 지적장애까지 앓고 있던 엄마는 부모로부터의 가정폭력을 견디다 못해 집을 나왔고, 우연히 만난 진영이 아빠의 친절하고 따뜻한 마음에 반했다.

결혼해 함께 살기 시작하면서 진영이가 생겼고 외롭고 힘든 삶을 살던 두 사람은 처음으로 세상을 다 얻은 것 같은 기쁨을 느꼈다. 수세미를 팔아서 번 돈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자신들이 밥을 굶더라도 진영이에게 필요한 분유와 기저귀를 샀다. 얼마 전에는 진영이가 아장아장 걷기 시작하면서 아빠는 기쁜 마음에 무리해서 자전거도 샀다.

"나도 아내도 장애가 있는 만큼 진영이가 태어날 때 혹시 어디 아프지는 않을까 걱정이 많았죠. 그런데 너무 예쁜 진영이가 태어나서 뛸 듯이 기뻤죠."

◆평생 흉터가 남을까 걱정에 병원비 걱정까지

행복한 날이 이어질 거라 생각했지만 아빠의 몸 상태가 급격히 나빠지면서 가정에는 어둠이 드리우기 시작했다. 아빠는 천식과 고혈압에 몸져누웠고 1년 전쯤에는 각혈까지 했다. 병원에서는 목에 혹이 2개가 있다며 정밀검사를 해야 한다고 했지만 비용 걱정에 약만 먹고 참아냈다. 아픈 몸 때문에 수세미를 파는 일도 그만둬야 했다.

건강과 생계 걱정까지 하게 된 아빠였지만 진영이 생각에 버텨냈다. 올 초에는 부인이 둘째를 가지면서 다시 희망을 가졌다. "아이는 우리에게 선물이었죠. 돈 걱정, 살아갈 걱정이 앞서긴 했지만 둘째 소식에 아내와 둘이서 딸이었으면 좋겠다며 얼마나 기뻐했는데요."

가족의 불행은 아빠의 건강 악화에서 끝나지 않았다. 엄마는 임신 2달 만에 둘째를 잃었다.

"아내가 임신 당시 쓰레기를 치우지 않는 이웃 때문에 잦은 다툼이 있었는데 스트레스가 상당했던 것 같아요. 둘째를 잃고 나서 저도 아내도 너무 힘들었어요."

둘째가 유산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더 큰 불행이 가족을 덮쳤다. 진영이와 산책을 하려던 엄마가 유모차에 아이를 두고 잠시 집에 들어간 사이 아파트 복도에는 진영이의 비명이 퍼졌다. 누군가 진영이에게 뜨거운 물을 퍼부었고 얼굴과 가슴에 심한 화상을 입었다.

"아내는 청각장애가 심하다 보니 범인이 이미 떠난 뒤에 진영이가 다친 걸 봤어요. 유산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진영이까지 다치니 아내는 정신을 못 차릴 정도로 힘들어했어요."

화상을 입은 진영이는 피부이식 수술을 받은 뒤 병원에 입원 중이다. 엄마가 살뜰히 돌본 덕분에 얼굴의 화상은 많이 가라앉았지만 가슴에는 흉터가 남을지도 모른다. 언제 화상을 입었느냐는 듯 해맑게 웃는 진영이를 보면 마음이 찢어진다.

"나도 아내도 어릴 적부터 장애가 있어서 또래 아이들에게 놀림당하고 상처받았는데 진영이가 똑같은 삶을 살까 봐 그게 가장 걱정이죠. 어떻게든 흉터는 남지 않아야 할 텐데…."

아빠의 걱정은 이뿐만이 아니다. 하루하루 쌓여가는 병원비 때문에 요즘은 밤잠을 설친다.

"수술을 한 번 더 받아야 하는데 돈이 얼마나 들지 모르겠어요. 진영이 몸에 남을 흉터랑 병원비 걱정에 제가 아픈 건 신경쓰이지도 않아요. 제발 도와달라고 여기저기 부탁하고 다니지만 하나도 부끄럽지 않아요. 진영이를 위한 일이니까요."

※이웃사랑 계좌는 '069-05-024143-008(대구은행). 700039-02-532604(우체국) (주)매일신문사 입니다. 이웃사랑 기부금 영수증 관련 문의는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대구지부(053-756-9799)에서 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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