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유럽의 음악과 느낌이 완전히 다른 '러시안 필하모닉'의 독특한 매력에 빠지실 겁니다."
한인 러시아 이주 150주년을 기념해 내한공연을 펼치고 있는 러시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노태철(52) 지휘자는 "인간과 동물을 구분하는 기준은 예술"이라며 "선진국과 후진국은 문화수준에서 차이가 난다. 한국은 물론 중국 등 아시아는 클래식 음악 인구가 늘어나고 시장성도 희망적"이라고 말했다.
노 지휘자는 유럽무대 지휘자로 데뷔한 지 올해로 20년째다. 1994년 독일 바이에른 주 정부가 운영하던 우수학생 데뷔프로그램이 첫 걸음이었다. 이후 친구의 추천으로 비엔나왈츠 오케스트라의 매니저를 소개받았지만 첫 만남에 거절당했다. "당신 같으면 동양인이 지휘하는 공연의 티켓을 사겠느냐는 거죠.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도전해 3년간 지휘를 했습니다." 그는 이후 프라하의 모차르트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는 행운을 잡으면서 유럽과 미국 등 100여 개의 오케스트라에서 650여 차례에 걸쳐 지휘를 했다. "유럽의 독일어권과 체코, 슬로바키아, 불가리아 등 슬라브권, 동양적인 헝가리 등에서 다양한 음악의 차이를 경험했고, 미국과 캐나다 등에서 재즈와 뮤지컬 음악을 경험했습니다. 지금은 유럽이나 미국과 음악적인 느낌이 완전히 다른 러시아를 경험하고 있습니다."
그가 지휘하는 러시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1992년 러시아의 개방에 맞춰 최고의 음악가들이 모여 창단된 연주단체다. 세계적인 음반회사인 도이치 그라모폰과 아르테노바, ASV 등을 통해 대중들에게 소개됐고, 로자 바이올린 협주곡 앨범과 클레츠키 피아노 협주곡 앨범은 2008년과 2011년 그래미 어워드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차이콥스키, 림스키 코르사코프, 프로코피에프, 스트라빈스키, 모차르트, 베토벤, 말러 등 방대한 레퍼토리로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독일, 터키, 핀란드 등에서 900회 이상 순회공연을 가졌다.
28일 열리는 구미 내한공연에서도 러시아 정통 클래식 음악부터 서유럽 작곡가들의 오페라 아리아까지 다양한 레퍼토리를 선보일 예정이다.
노 지휘자는 "한국의 경우 클래식 음악에 대한 후원은 프랑스 등 유럽은 물론이고 미국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고 했다.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나 베를린 필, 뉴욕 필 등 세계적 수준의 오케스트라도 민간 오케스트라이지만 이들을 지탱시켜 주는 힘은 민간의 후원금입니다. 미국 LA필하모닉의 경우 연간 민간 후원금만 600억원이나 됩니다." 그는 "이번 내한 공연도 탄탄동화 여원미디어의 후원이 없었으면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여원미디어는 성악가를 뽑아 외국무대에 진출시키고 강원도 등 소외지역을 찾아가는 음악회를 후원하고 있다.
노 지휘자는 "몸이 허락할 때까지 세계를 다니면서 경험한 다양한 음악으로 힘든 사람들을 위로하고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 주고 싶다"고 말했다.
구미 정창구 기자 jungc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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